‘왼쪽부터’, ‘위에서 아래로’, ‘가로 먼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한자 쓰기 규칙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규칙들이 어떤 이유로 정해졌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자, 어디서부터 써야 해?》는 이 흔한 규칙들에 숨겨진 원리와 기억의 비밀을 파헤친다. 저자 이윤주는 지루하고 외우기 힘들었던 한자 학습에 여행과 이야기, 그리고 내비게이션 기억법을 결합했다. 한자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연결짓는 것’으로 탈바꿈시킨 책이다.
이 책은 ‘하준’과 ‘하잉’이라는 남매가 서울의 실제 장소 10곳을 여행하며, 10가지의 한자 쓰기 원칙을 하나씩 익혀가는 동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십자가에서 ‘⼗(열 십)’의 원칙을 배우고, 몽촌토성의 빼빼로 나무를 보며 ‘林(수풀 림)’의 좌우 순서를 익힌다. 한성백제박물관에서 112의 흐름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를 이해하고, 가락시장에서는 떡볶이 위 깨소금처럼 ‘점은 마지막’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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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내비게이션 기억법’이다. 장소(공간), 숫자(순서), 캐릭터(요정), 이야기(상상력)가 연결되어 기억이 자연스럽게 저장되도록 설계됐다. 특히 각 장마다 등장하는 ‘필순 요정’은 학습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며, 쓰기 규칙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이처럼 실제 장소와 일상 경험을 연결한 학습법은 초등학생은 물론, 기초가 부족한 성인 학습자에게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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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년 넘게 사람들의 기억 흐름을 관찰해온 중개사이자 전자책 240권을 집필한 베테랑 창작자다. “정보는 흘러가지만, 기억은 구조에 남는다”는 말처럼, 이 책은 구조화된 기억 도구로써 한자를 ‘익히는’ 대신 ‘떠올리는’ 방식으로 전환시킨다. 특히 학습자가 규칙의 원리를 깨닫는 순간, 복잡했던 한자 쓰기는 마법처럼 쉽게 느껴진다.
에필로그에서는 10개의 장소를 모두 여행한 하준과 하잉이 “숫자와 장소만 기억하면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이 말처럼, 《한자, 어디서부터 써야 해?》는 한자 학습이라는 낯선 길에 친절한 안내선을 그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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