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예술, 부산 동구서 한원석 폐지관 전시로 되살아나다 1부

경계의 예술, 부산 동구서 한원석 폐지관 전시로 되살아나다 1부
✍️ 기자: 김현수

 

폐지된 공장에서 감각의 경계를 뒤흔드는 예술이 탄생했다. 부산 동구의 옛 고무벨트 공장에서 열리는 한원석 작가의 전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계의 예술”을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시각, 청각, 후각 등 비시각적 감각까지 아우르며 예술의 지평을 확장한다. 본 전시는 ‘시월페스티벌’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개최되었으며, 산업유산 공간을 감각적 실험의 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경계의 예술, 부산 동구서 한원석 폐지관 전시로 되살아나다 1부

▲ [코리안투데이] AR과 사운드가 만난 전시, 부산에서 감각적 반란이 펼쳐지다  © 김현수 기자

 

이번 전시는 정체성과 경계, 결핍과 재생이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폐지관과 AR 기술을 통해 감각의 전복을 시도한다. 1층에 설치된 지름이 각기 다른 폐지관 내부에는 스피커가 내장돼 있으며, 관람객이 일정 거리 내에 접근할 때만 소리가 들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각 폐지관은 실제 산업 현장의 고무벨트 작동 주파수를 기반으로 사운드를 생성하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사운드가 변화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시청각적 반응을 유도하며 관객과 작품 간의 실시간 관계적 상호작용을 완성한다.

 

 [코리안투데이]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폐지관 설치미술의 새로운 시도  © 김현수 기자

 

AR 기술을 활용한 2층 설치는 한층 더 몰입감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AR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실제 바닥에 존재하지 않는 검은 구멍을 체험하게 된다. 현실과 가상이 충돌하고 융합되는 이 체험은 지각의 경계를 허무는 급진적 시도를 통해 감각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해체한다. 이는 시각 중심의 예술 표현을 넘어 촉각, 후각, 청각을 포함한 전면적인 감각의 동원을 통해 예술 감상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

 

 [코리안투데이] 한원석 작가, 경계의 예술로 산업 공간을 재해석하다  © 김현수 기자

 

기획자 김최은영은 본 전시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에 빗대어 해석했다. 그는 폐지관 설치가 리좀 구조를 구현한 것으로 보며, 고정된 중심 없이 자유롭게 연결되는 수평적 네트워크로서 예술의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다고 전한다. 기존의 위계와 분류를 거부하는 이 설치는 다중성과 유기성, 관계성을 중심에 두며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코리안투데이] 폐허에서 울리는 감각의 소리, 예술은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 김현수 기자

 

작가 한원석은 이번 전시에 대해 “나의 결핍이 당신의 결핍과 마주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정체성의 불확실성과 경계에서의 방황을 예술적 실험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버려진 것들에 다시 이름을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재생의 미학을 탐구한다. 폐지관, 담배꽁초, 찌든 기름때, 고무의 냄새까지, 산업 현장의 잔해는 그의 손에서 예술의 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이러한 접근은 예술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닌, 상처와 결핍의 치유 과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코리안투데이] 들뢰즈 철학과 리좀 구조로 본 폐기와 재생의 미학  © 김현수 기자

 

한편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문화원 사라 데브롤 원장은 축사를 통해 한원석 작가의 작업이 한국과 영국, 그리고 세계를 잇는 문화적 다리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성과 작가의 국제적 경험이 융합된 본 전시는 지역 문화예술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코리안투데이]경계를 사유하는 공간, 한원석 전시가 열어준 감각의 지형도  © 김현수 기자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감각하고, 반응하고, 다시 감각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경계를 허무는 예술이 단순한 개념이 아닌, 몸으로 체득되는 실제적 체험임을 상기시킨다.

 

 [코리안투데이] 정체성과 결핍, 폐기물에서 되살아난 예술의 언어  © 김현수 기자

 

한원석의 “경계의 예술”은 단절의 시대에 소통을 회복하고, 감각의 다층성을 되살리는 울림으로 작용한다. 공장의 굴뚝에서 사라졌던 온기와 소리, 그리고 기억은 이제 관람객의 걸음과 호흡 속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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