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성숙도는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그 예산이 누구의 목소리를 담아 편성되고 집행되는지에서 드러난다. 행정 주도의 일방적 예산 편성을 넘어 주민이 정책 설계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했는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양천구가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 성과에서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다.
![]() [코리안투데이] 양천구 주민참여예산 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씀 중인 이기재 양천구청장 |
양천구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 주민참여예산제도 성과평가’에서 개청 이래 처음으로 ‘우수기관’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 전반과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실시됐으며, 민주성·책임성·효율성·발전 가능성 등 제도의 구조와 실제 작동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형식적인 의견 수렴에 그치거나 일부 참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천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도 전반을 재정비하며 주민 참여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 ‘우수’ 등급 선정은 이러한 구조적 개선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양천구는 올해 7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개정해 제도의 제도적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주민 참여 범위를 기존의 예산 편성 단계에 한정하지 않고 집행과 결산까지 예산 전 과정으로 확대했으며, 우수 제안자에 대한 포상 근거를 명확히 해 참여 동기를 제도적으로 보완했다. 또한 노인,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참여 보장을 조례에 명문화함으로써 참여 주체의 다양성을 제도 차원에서 확보했다.
청년 참여 확대 역시 이번 평가에서 주목받은 요소다. 양천구는 ‘청년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설계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양천구 청년 네트워크와 주민참여예산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했다. 청년 맞춤형 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청년 관련 사업 공모를 별도로 추진해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구정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예산 구조와 행정 절차를 이해한 상태에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교육 확대도 눈에 띈다. 양천구는 기존 연 1회 운영하던 예산학교를 주민 수요에 맞춰 대폭 확대했다. 동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총 19회의 예산학교를 추가 운영하며, 지역 의제 발굴부터 제안서 작성까지 전 과정을 전문가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주민 제안 사업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단순 민원성 제안이 아닌 실행 가능성이 높은 정책 제안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참여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품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정책 파트너라는 인식이 제도와 운영 방식에 반영되면서, 참여 과정 자체가 행정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이어지고 있다.
양천구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지속적인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참여 대상을 넓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안된 사업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과정과 결과를 주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환류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는 주민 참여의 효능감을 높이고, 참여 민주주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행정의 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주민의 목소리를 구정 전반에 충실히 반영해 온 노력이 우수 등급 선정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주민이 체감하는 투명한 행정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천구의 이번 성과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도적 장치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행정 운영 방식으로 정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참여의 양을 넘어 참여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지방자치의 신뢰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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