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은 나이가 들수록 피할 수 없는 통증으로 여겨진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 날씨가 흐려지면 뻣뻣하게 굳는 손가락 관절은 수많은 이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런 이들에게 벌침요법은 생소하면서도 묘한 기대를 품게 하는 치료법이다. 바늘도 아닌 벌침이 과연 만성 통증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 [코리안투데이] 관절염에 있어 벌침 치료효과를 설명하는 모습 © 자생한방병원 제공 |
벌침요법은 꿀벌의 독소, 즉 봉독(蜂毒)을 이용해 통증 부위에 직접 자극을 주는 자연요법의 일종이다. 최근 들어 관절염 치료 분야에서 이 요법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전통적인 민간요법의 명맥을 잇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에서 벌침이 염증 수치를 낮추고 관절 가동 범위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통증클리닉에서는 경증에서 중등도 관절염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6주간 주 2회 벌침요법을 시행했다. 이들은 치료 후 통증이 약 30~50% 완화되었고, 일부 환자는 소염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체질, 면역 반응, 통증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봉독에 포함된 멜리틴(melittin), 아파민(apamin) 등의 성분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 생리활성 물질들은 관절 내 연골 손상을 늦추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염증 물질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돕는다. 때문에 관절 내 국소 염증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관절염으로 오랜 세월 고생하던 이순자(68, 서울 관악구) 씨는 3개월간 벌침요법을 꾸준히 받았다. “처음엔 무서웠죠. 벌에 쏘인다니 겁도 나고… 그런데 치료가 거듭될수록 무릎이 덜 뻐근하고,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어요.” 그녀의 말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벌침요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알레르기 반응이나 국소 부종, 가려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봉독에 과민한 체질이라면 반드시 사전 테스트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격을 갖춘 한의사나 벌침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이는 자칫 잘못된 시술이 더 큰 통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절염의 원인이 면역 질환이나 감염일 경우에는 벌침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밀 진단 후, 보조적 치료법으로 벌침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와 병행할 때 그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수 있다.
자연에서 온 한 방의 찌름. 벌침요법은 이제 단순한 민간요법을 넘어, 과학적으로도 그 가능성을 입증받고 있다. 관절염으로 일상을 잃어가던 이들이 다시 걷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 그 길에 벌의 작지만 강력한 독이 함께하고 있다.
[ 최도선 칼럼리스트 : gwanak@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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