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규제, 실수요자까지 내몰린다

 

부동산 대출 규제가 현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괄적으로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 서울 시내 아파트 10채 중 7채 이상이 대출 감소의 영향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물론, 실거주 목적의 구매자도 주택 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서울시 아파트 전경    ©현승민 기자

 

서울 아파트의 평균 시세는 약 14억6000만 원에 달한다. 기존에는 소득에 따라 최대 10억 원 이상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번 규제로 대출 가능액이 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평균적으로 8억6000만 원 이상의 자기자금이 있어야만 입주가 가능해졌다. 강남·서초 등 고가 주택 지역은 25억 원 이상이 필요해 사실상 ‘현금 부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이번 규제는 단순히 투기 억제를 넘어서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생애 최초 구매자, 신혼부부, 신생아 부모를 위한 정책금융 대출마저도 한도가 함께 줄어들면서, 청년 세대의 자산 형성과 주거 안정은 더욱 멀어졌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 발표자료에서도 이러한 규제의 실질적 피해자가 실수요자임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인천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수도권 엑소더스’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성남 분당, 하남시 등지의 아파트도 평균 매매가가 9억~20억 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대출 한도 초과로 인해 규제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다. 이에 따라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도봉·강북·관악구 등 소수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에서 현금 없는 실수요자의 진입이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단기적인 투기 억제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실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조치로 인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중저가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실입주 요건 강화와 맞물려 불법 대출이나 우회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현금이 없는 서민은 집을 살 수 없도록 만든 정책”이라며 정부의 대출 규제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시장 억제를 넘어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실거주자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주거 불안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정교한 소득 기준과 생애 단계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현승민 기자: ulsangangnam@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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