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탁 칼럼] 1화. 세종대왕 – ‘국민의 언어’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

 

“내가 백성을 불쌍히 여겨 새로 글자를 만든다.”

 

 [코라안투데이] AI 이미지 © 임승탁 기자

이 한 문장은 모든 지도자가 가슴에 새겨야 할 정치의 출발점이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며 ‘애민(愛民)’을 강조했다. 백성은 말할 줄 알되 글로 옮기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었다.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는 ‘말’보다 ‘문자’를 먼저 내주었다. 정치는 백성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철학이 한글 창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종의 정치는 과학, 문화, 예술, 농업, 의학을 망라한 ‘생활의 정치’였다. 그는 백성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병들며, 어떤 소리로 웃고 우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체계화하고, 제도화했다. 첨단 정치도, 국가 비전도 그 시작점은 ‘삶의 곁’이었다.

 

세종은 ‘말이 아닌 이해’의 정치를 실천했다. 수많은 보고서와 정책 제안서가 책상 위를 떠도는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그 안의 사람이다. 무엇을 결정하느냐보다, 왜 그 결정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백성의 삶과 맞닿지 않은 정책은 아무리 정교해도 공허하다.

 

오늘의 대통령은 세종처럼 백성의 언어로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가. 그들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삶의 언어로 답할 수 있는가. 문자가 없는 시대에 글자를 만든 임금처럼, 절망하는 시대에 희망의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세종대왕은 정치가 위에서 내려오는 통치가 아니라, 아래에서 끌어올리는 공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은 지금, 그런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 임승탁 칼럼니스트: geumsa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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