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시인이 될 수 있는가?” – 인공지능 시대,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지평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시 창작에 미칠 영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당시 “알파고와 시인이 시를 겨룬다면”이라는 칼럼에서 인공지능 시 창작의 가능성과 한계를 예측했고, 인간의 시심(詩心), 언어 감각, 우발성과 자발성 등은 인공지능이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았다.
이후 젊은 시인 김승일은 ‘기계-되기’라는 시적 실험을 통해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탐색했다. 그는 머신픽션(MF)이라는 장르를 창안하며,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홀’이라 명명하고, 인간이 기계처럼, 기계가 인간처럼 시를 쓰는 경계를 실험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창작 주체를 자각하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코리안투데이] 사진 AI와 한국 현대시 작가 정끝별 © 박수진 기자

 

국내에서도 다양한 인공지능 시 창작 프로젝트가 시도되었다. 포스텍의 아트랩,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KoGPT 등은 한국어에 특화된 대형 언어모델을 개발해 시 창작 도구로 활용했다. 이들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인 ‘시아’와 ‘산’이 각각 시집을 출간하면서 인공지능이 하나의 시적 주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AI의 시는 학습된 패턴을 기반으로 생성되지만, 문장 간의 연결, 보간(interpolation), 의미의 유동성 등으로 인해 ‘흐릿함(blurriness)’이라는 독자적 미학을 형성한다. AI는 인간처럼 명확한 주체나 의도 없이 언어를 구성하지만, 그 ‘흐릿한’ 창작 방식은 오히려 시의 다의성과 창의성을 확장시킨다.

   [코리안투데이] 사진 AI와 한국 현대시 작가 정끝별 © 박수진 기자


이 책은 AI 생성시학을 통해 시 쓰기 주체의 재구성, 인간-기계 협업, 감정적 공감 가능성 등을 고찰하며, 인공지능이 시를 단순히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창작 주체가 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과 함께 시를 쓰는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 박수진 기자 : guro@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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