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65세로 늘린다는데, 뭐가 문제일까.”
최근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국민이 적지 않다. 오래 일할 수 있다면 개인에게는 반가운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논쟁의 뿌리는 단순한 인사제도 조정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구조, 인구 변화, 세대 간 부담이 맞물린 복합적인 사회 과제다.
![]() [코리안투데이] 멈춘 국민연금 시계 앞에서, 세대의 균형을 묻다 © 임희석 기자 |
국민연금 제도는 도입 당시 평균수명이 80세 안팎일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노후에는 비교적 제한된 기간 동안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의료기술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었다. 연금을 장기간 수령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제도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여기에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더해졌다. 보험료를 낼 청년층은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는 고령층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금 재정을 떠받칠 인구 기반이 약해지면서 부담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것은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결국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65세로 상향되고 있다. 문제는 이 조정이 노동시장 구조와 충분히 맞물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법적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머물러 있다. 회사를 떠난 뒤 연금을 받기까지 최대 5년간 소득이 끊기는 ‘공백 구간’이 생기는 구조다.
이 공백은 개인의 저축이나 가족의 지원으로 메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근로자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특히 오랜 기간 임금근로에 의존해 온 중장년층에게는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정년연장 요구가 사회 전반에서 커진 이유다.
이미 일부 기업은 정부보다 먼저 움직였다. 정년 이후에도 1~2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처럼 노사 합의를 통해 1년 또는 1+1년 재고용을 시행한 사례도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임금과 복지, 근로조건이 기존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일은 계속하지만, 조건은 이전과 다르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정년과 연금을 연계해 조정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본은 법적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동시에, 임금체계를 직무·역할 중심으로 바꿔 기업 부담을 완화했다. 독일은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는 대신 고령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과 부분연금 제도를 병행해 소득 공백을 줄이고 있다. 정년연장을 단순한 연령 상향이 아니라, 고용 구조 전반의 조정 문제로 접근한 것이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갈등은 세대별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 구조의 경직성을 걱정하고, 청년층은 일자리 축소 가능성을 우려한다.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은 오래 일하되 존엄한 조건이 유지될지 불안해한다. 어느 한쪽의 이해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결국 정년연장은 ‘누가 이익을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부담을 나누고 상생할 것인가’의 숙제다. 정부는 연금 재정과 고용 안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기업은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 역시 중요하다.
정년연장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과 장수사회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국민연금과 일자리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현실적인 상생 과제다. 이 기획은 그 출발점에서 문제의 구조를 차분히 짚어보고자 한다.
임희석 기자: gwanak@thekorea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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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은 60세, 연금은 65세… 그 5년의 공백은 누가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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