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아트센터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거장 4인의 주요 판화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시 ≪위대한 침묵 속으로 : 한국현대미술 판화특별전≫을 6월 11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한다.
≪위대한 침묵 속으로 : 한국현대미술 판화특별전≫은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인 박서보, 하종현, 김창열, 이건용 4인의 작가로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대표작의 판화를 전시하여 작가만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전개를 이끌며 철학적 사유를 일깨워 주는 거장 4인의 작품을 다층적으로 선보인다.
![]() [코리안투데이]위대한 침묵속으로:한국 현대미술 특별전© 최영숙 기자 |
한국 단색화의 기수인 박서보(朴栖甫, 1931- 2023)는 <묘법(描法)> 연작을 통해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였다. 작업의 수행적 반복된 행위는 철학적 태도와 정신적 사유를 담고, 절제된 구성은 함축적이고 심원하다. ‘원형질’시기, ‘유전질’시기, ‘초기 묘법’시기, ‘중기 묘법’시기, ‘후기 묘법’시기의 다섯 시기 중 다채로운 색감이 강조된 ‘후기 묘법’시기의 근작의 판화가 전시된다.하종현(河鐘賢, 1935-)은 매체의 고유한 물성을 탐구한 <접합(接合)> 연작을 통해 한국 단색화, 추상미술의 정체성을 모색하였다. 안료를 올이 굵고 성긴 마포(麻布) 캔버스 뒷면에서 앞으로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촉각적 요소를 함께 표현하여 물성을 극대화한다. 축적되고 퇴적된 안료의 층위로 입체화된 표면의 질감, 직조된 캔버스 섬유의 밀도 등 재료적 물성의 집적은 작가의 감각적 조형으로 구성되어 사유적 미감을 전달한다.
‘물방울 작가’로 불리는 김창열(金昌烈, 1929-2021)은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며, 독창적인 발상으로 극사실적 회화를 조형한다. 거친 마포 캔버스 위에 맺힌 크고 작은 물방울은 그림자와 빛의 반사와 굴절로 물성이 강조되고, 투명하고 영롱하여 물방울의 시각적 환상(Illusion)을 향상시킨다. 그의 ‘물방울’은 무위자연의 동양적 정신과 유년시절의 향수를 의미하며, 독보적인 작업세계가 집약된 매개이다. 이번 전시에는 1970~1990년대의 <회귀(回歸)> 연작의 판화가 전시된다.
이건용(李健鏞, 1942-)은 한국 현대미술에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개념미술의 중추적 역할로 독자적인 지평을 넓혀왔다. 그의 신체 드로잉(Bodyscape) 연작은 ‘신체성(Corporeality)’을 통해 전통적 의미의 회화 관념을 해체 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작가의 키보다 큰 크기의 캔버스를 등지고, 양팔을 뻗어 자신의 팔이 닿는 데까지 선을 반복적으로 그어나가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행위에 내제된 미묘한 변화를 시각화하였다. 언어나 이성보다 신체의 움직임과 감각 그 자체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고도화된 기술적 완성도와 정교한 예술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며, 판화라는 매체의 연구와 장르적 한계를 극복해 나간다. 독보적인 기술로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최신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정밀하고 세심히 제작된 작품들로, 작가만의 독자적 기법을 묘사할 뿐 아니라 작가의 미세한 호흡까지 생생하게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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