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라는 무거운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연극 「분홍 립스틱」이 12월 13일 구리아트홀 코스모스대극장에서 공연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 [코리안투데이] ‘분홍 립스틱’ 출연자 무대 인사 © 손현주 기자 |
「분홍 립스틱」은 기억을 잃어가는 부모와 그 곁을 지키는 가족의 일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병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드러나는 관계의 변화와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공감과 위로를 동시에 전했다.
공연은 일상의 언어와 자연스러운 장면 전개로 시작돼 관객을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이끌었다. 사소한 오해와 갈등,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기억이 지워져 가는 순간에도 남아 있는 감정과 습관을 표현한 장면에서는 객석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무대 위 배우들은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다. 인물들의 감정은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관객에게 다가왔다. 공연 말미 이어진 커튼콜에서는 긴 박수와 함께 작품에 대한 공감의 온도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연을 관람한 한 시민은 “웃으며 보다가 어느 순간 부모님 생각이 나 마음이 먹먹해졌다”며 “공연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안부 전화를 하고 싶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공연은 구리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고, 공연기획사 ㈜문컴퍼니,극단 사조가 제작을 맡았다. 지역 문화공간에서 선보인 이번 무대는 연말을 앞둔 시점, 화려함보다 진정성에 집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다.
연극 「분홍립스틱」은 ‘효(孝)’를 도덕적 의무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관심과 태도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기억이 흐려지는 상황 속에서도 이어지는 관계와 마음의 온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차분히 되새기게 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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