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겨울은 덜 춥다. 매서운 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겹친 올해 겨울을 앞두고, 지역사회가 다시 한번 ‘연대의 힘’을 꺼내 들었다. 서울 양천구가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3개월간 대규모 나눔 캠페인에 돌입하며, 민관 협력형 복지 모델을 본격 가동했다.
![]() [코리안투데이] 14일 오후 개최된 사랑이 온도탑 제막식에서 1호 기부자로 나선 이기재 양천구청장 |
양천구는 이달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3개월간 ‘2026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모금 캠페인을 추진한다. 목표 모금액은 11억 원이다. 이번 캠페인은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매년 진행되는 서울시 대표 겨울 나눔 사업으로,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양천구, 양천사랑복지재단이 함께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다.
구는 본격적인 모금 활동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지난 14일 양천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이기재 양천구청장을 비롯해 지역 복지기관, 기업, 단체 관계자와 구민 등 약 130명이 참석했다. 제막식과 함께 진행된 기부 릴레이는 이번 캠페인이 단순한 행정 사업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연대의 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는 단기간 성과에 그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집중 모금을 진행하고, 모인 성금과 성품은 전액 지역 내 저소득 가구와 복지 사각지대에 사용된다. 의료비, 주거비, 생계비 등 실제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항목에 우선 투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양천구의 모금 목표액은 11억 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구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캠페인에서 이미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양천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진행된 동일 캠페인을 통해 총 14억 7천만 원을 모금하며 목표액 10억 원 대비 140%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이는 지역 내 기부 문화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참여 구조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기부 참여 방식도 다양하다.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특별시지회 명의의 양천구 전용 계좌로 입금할 수 있고,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기부도 가능하다. 성품 기부의 경우 18개 동 주민센터와 양천구청에서 접수한다. 모든 기부자에게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과 함께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접근성을 높여 ‘기부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제막식에서는 양천사랑복지재단 설립 20주년 기념식과 함께 우수 기부자 표창도 진행됐다. 오랜 기간 꾸준한 나눔을 실천해 온 개인과 단체의 사례를 조명함으로써, 기부가 특별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상적 실천임을 강조했다.
표창 대상에는 2007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일대일 결연 후원을 이어온 양천구 치과의사회가 포함됐다. 또한 다년간 정기 후원을 통해 누적 3,540만 원을 기부한 관내 기업 엠에스건설산업(주) 등 단체 2곳과 개인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단발성 후원이 아닌 장기적 나눔의 가치가 공식적으로 조명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 단위 모금 캠페인의 의미를 단순한 재원 확보 이상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공공 재정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를 민간 자원이 보완하고, 지역 주민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겨울철은 난방비, 의료비 부담이 동시에 증가하는 시기인 만큼, 시의성 있는 지원이 체감 효과를 크게 높인다는 분석이다.
양천구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목표 금액 달성에 그치지 않고, 기부 문화의 일상화를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설·추석 직거래 장터 수익 기부, 기업·단체 연계 나눔, 주민 참여형 소액 기부 등 이미 운영 중인 다양한 모델을 겨울나기 캠페인과 연계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웃의 온기가 더욱 절실하다”며 “사랑의 온도탑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구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쌓여 만들어지는 연대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겨울도 많은 구민이 함께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소외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복지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은 점점 더 ‘함께 만드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양천구의 희망온돌 캠페인과 사랑의 온도탑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행정이 판을 만들고, 주민과 기업, 단체가 참여해 완성하는 방식이다. 기부라는 개인의 선택이 지역의 안전망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을지, 올겨울 양천구의 온도계가 그 답을 보여줄 전망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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