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가 불러오는 그리움 – 모깃불, 국수, 그리고 사라진 저녁 풍경

  

지금 당신의 부엌에는

부지깽이가 있습니까.

 

가스레인지, 인덕션, 전기오븐이 자리를 차지한 시대에는

부지깽이가 웃음거리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수천 년 동안

우리 어머니들의 손끝에는

항상 부지깽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5.  모깃불, 국수, 그리고 사라진 저녁 풍경  © 지승주 기자

 

경상도에서는 ‘정지’라 부르던 부엌 한편,

장작더미 사이를 뒤적이며

불길을 살려 올리는 그 손길 속에

부지깽이는 늘 함께였습니다.

 

장작 사이를 쿡쿡 쑤셔 넣어

공간을 만들어 주면

산소가 스며들고,

그 순간 불이 확 살아 올라왔습니다.

 

불쏘시개로는

바싹 마른 솔잎(갈비)이 최고였습니다.

 

민둥산이 많던 시절,

솔잎 한 줌도 귀하던 때에

사람들은 초목의 껍질까지 벗겨가며

겨울을 났습니다.

 

부지깽이는 끝이 까맣게 타 있어서

마당 바닥에 낙서를 하기도 했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금세 지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름 저녁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웠습니다.

 

애호박 듬뿍 넣은 안동 건진국수 냄새가

골목 안을 가득 메우던 그때,

국시는 버지기에 가득 담겨 나왔습니다.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우고,

조금 지나 다시 한 그릇.

 

지금은 전국적인 브랜드 음식이 된

“안동 건진국수”가

그때 우리 집에는

아주 평범한 저녁 한 끼였습니다.

 

형수님께 국수꼬리를 하나 더 얻어 먹으려고,

나는 부엌에 불도 봐 드리고

애호박도 따다 드렸습니다.

 

국수꼬리를 달궈진 불 위에 올려

노릇하게 굽기 위해서도

부지깽이는 꼭 필요했습니다.

 

중간이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국수꼬리를

손으로 집어 먹으면

그것이야말로 세상 최고의 간식이었습니다.

 

어릴 적 나를 키워 주신 큰 형수님은

내가 네 살 때 시집오셨고,

지금은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가 되셨습니다.

 

나는 귀향한 시골에서

형님 내외가 살고 있는 집에 들를 때마다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한참씩 통화를 하곤 합니다.

 

형수님은 웃으면서

내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네가 네 살 때, 아랫도리를 하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고 돌아다녀서 참 많이도 혼냈지.”

 

결혼 후, 아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워 주셨습니다.

 

나는 늘 믿었습니다.

여름밤 모깃불은

연기를 피해서 모기가 도망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멍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모깃불을 피워 놓으면,

모기가 연기를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기를 좋아해서 그쪽으로 몰려간다는 사실을.

 

재미 작가 김은국의 소설 『빼앗긴 이름(Lost Names)』에도

한여름밤 멍석 위에서

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소가 파리를 쫓기 위해

꼬리를 흔들고 머리를 흔들 때마다

워낭소리가 들리듯,

우리의 여름밤도

모깃불, 멍석, 국수, 개 짖는 소리,

그리고 부지깽이 소리가 뒤섞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쇠꼬챙이로 만든 부지깽이도

너무 자주 들쑤시면 닳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부지깽이를 쓸 일도,

국수꼬리를 굽는 일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 기억은

아련한 향수로 남아

당신의 가슴 한켠을 두드립니다.

 

저녁 연기가 온 동네에 피어오르면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고,

옆집, 맞은편, 골목 끝 집의 개들까지

덩달아 컹컹거리며 합창하던 그 소리.

 

논두렁에서 울리던 개구리 합창은

지휘자 없이도 어쩌면 그렇게 박자가 정확했는지,

세상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습니다.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부지깽이는 여전히 타닥타닥 불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부지깽이 같은 기억”이 있습니까.

손에 쥐면 따뜻해지고,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 시절의 한 장면 말입니다.

 

오늘 하루,

잠시 눈을 감고 그때로 돌아가 보십시오.

그 기억이

당신의 지금을 위로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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