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안투데이] 장서원 작가 작업사진 © 강석영 기자 |
“풍경은 변하지 않아요. 변하는 건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이죠.”
지역의 숨은 화가 장서원(서양화 그림작가이자 히읗미술관카페 대표)작가는 풍경을 ‘그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풍경을 ‘다시 보게 만드는 사람’이다.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미술관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곳곳의 평범한 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이를 지역 홍보 방송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 솔직해진 그림
장서원 작가의 그림은 처음부터 계획된 예술 인생의 결과는 아니었다. 그는 “그림은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일”이라고 말한다. 전문 화가를 목표로 치열하게 준비해 온 길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한 감정과 풍경을 붙잡고 싶다는 마음에서 붓을 들게 됐다.
![]() [코리안투데이] 평창 에코랜드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장서원 작가 © 강석영 기자 |
그래서 작가의 그림에는 기술적인 과시보다 ‘느낌’이 먼저 담긴다. 잘 그리기보다는,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는 것. 장 작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이 먼저 풍경을 다시 보게 됐고, 그 변화가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하늘과 산을, 그 이후에는 매일 보게 됐어요. 나무를 보고, 꽃을 보고, 구름을 보게 되더라고요.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되었으면 했어요.”
아무렇지 않은 풍경을 그리다
유명 관광지도, 화려한 명소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지나쳤던 산, 하늘, 나무, 골목 같은 ‘아무렇지 않은 공간’이 담긴다. 장 작가는 “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일상의 풍경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장 작가는 그림을 가르치며 가장 기분 좋은 순간으로 이런 말을 들을 때를 꼽는다.
“그림을 그린 뒤부터 하늘을 보게 되고, 산을 보게 되고, 나무와 꽃을 자세히 보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요.”
![]() [코리안투데이] 그림으로 기록한 지역의 풍경(봉평 메밀꽃밭) © 강석영 기자 |
관광지가 아닌 ‘시선’을 그리다
장서원 작가의 작업은 지역 홍보에 대한 기존의 방식과도 거리를 둔다. 새로 생긴 시설이나 눈에 띄는 개발된 곳 대신, 오히려 잊혀진 장소와 오래된 풍경에 주목한다. 원주와 평창 등 지역을 그리며 그는 “유명한 관광지를 그리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몰랐던 공간을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시, 그림책… ‘그림 여행’은 계속된다
앞으로의 계획도 조심스럽지만 분명하다. 평창을 주제로 한 그림들을 모아 지역 전시를 준비 중이며, 형식적인 공간보다는 지역 예술관과의 협업 전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오랫동안 구상해 온 그림책 출간도 내년을 목표로 다시 다듬고 있다.
장서원 작가는 “그림 실력만 보여주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 느꼈던 감정과 생각까지 함께 전해지고 싶다”며 “이런 방식의 ‘그림 여행’을 개인 작업으로라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의 풍경을 가장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고, 가장 솔직하게 바라보는 화가. 장서원 작가의 그림은 오늘도 시민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풍경을, 이 지역을, 정말 제대로 보고 있었을까.
또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지역 홍보의 방식 역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숫자와 성과 중심의 홍보를 넘어, 한 예술가의 시선과 감성을 통해 지역을 보여주는 방식은 충분히 또 다른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장서원 작가의 작업처럼 그림이라는 형식을 빌려 지역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방식은, 관광지를 ‘소비’하는 홍보가 아니라 지역을 ‘이해’하게 만드는 홍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지역들에서도 참고해 볼 만한 새로운 홍보 방식으로 보인다.
[강석영 기자 : nine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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