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나온 주장

 

한글날을 맞아 한글 자음의 명칭을 ‘기역, 니은, 디귿’ 대신 ‘가, 나, 다’로 읽는 것이 더 체계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새로운 논의가 일고 있다. 이 주장은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이관규 교수가 최근 학술지 한말연구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공론화되었다.

 

한글날 나온 주장

  [코리안투데이]  이미지 뉴스 캡쳐 © 박수진 기자

기존 자음 명칭, 과학적이고 체계적인가?

이관규 교수는 현행 자음 명칭 체계가 비과학적이고 비체계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자음자의 명칭은 ‘기역, 니은, 디귿’과 같은 두 음절 형태로 불리는데, 이 중 일부는 종성과 초성을 구분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는 조선시대 학자 최세진이 1527년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 작성한 학습서 훈몽자회에서 비롯된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며, 당시에는 자음자가 초성과 종성에서 구분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기역(其役)’, ‘니은(尼隱)’처럼 두 음절로 된 자음 명칭은 한자의 음을 빌려 만들어졌으며, 이 중 일부는 ‘시옷’의 ‘옷’처럼 한자음이 없는 경우 대체 음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맞춤법 체계에서는 초성과 종성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러한 명칭 방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교수는 ‘기역’과 ‘디귿’의 형태가 명확하게 체계화되지 않은 문제점도 지적했다. ‘ㄱ’은 ‘기역’이라고 부르면서 ‘ㅋ’는 ‘키읔’으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안: ‘가, 나, 다’로 읽기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음자의 이름을 더 간단하고 일관성 있게 ‘가, 나, 다’처럼 1음절로 읽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모음 ‘ㅏ’를 붙이는 것이 자음자의 특성을 잘 드러내며, 배우기에도 훨씬 쉽다고 설명했다. ‘ㅏ’는 개구도(발음할 때 입을 벌리는 정도)가 크고, 발음할 때 자음자가 더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ㅏ’는 한국어 모음 체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음으로 자리 잡고 있어 상징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 나, 다’처럼 자음을 1음절로 읽는 방식은 대중성과 실용성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한글을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나다라마바사…’로 익히는 노래 가사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방식이며, 한글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자음과 모음을 배우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코리안투데이] 이미지 뉴스 캡쳐  © 박수진 기자

제안에 대한 반응

이 교수의 제안은 한글을 배우는 학습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박모 씨(41)는 “어렸을 때부터 ‘기역, 니은’으로 익혔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가, 나, 다’로 바뀌면 더 합리적일 것 같다”며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도 더 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유학 중인 재미교포 김모 씨(23)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자음자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단순히 외우기보다는 의미 있게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 더 필요했는데, 이 제안은 그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글 자음 명칭 개정, 실현 가능성은?

이 교수의 제안은 한글 자음 명칭을 보다 간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글 자음 명칭은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만큼 개정 과정에서 저항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제안이 공론화되고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 논의가 활발해진다면, 한글 교육의 방향성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인 학습자와 어린이들의 학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한글 자음 명칭의 변화가 한국어 교육과 한글의 실용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앞으로의 논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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