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있어? 가정 속 역할 분담이 보여주는 진짜 현실

 

“엄마!” “아빠!”

아이들이 갑자기 불러서 가보면, 엄마에게는 끝없는 요구가 쏟아지고 아빠에게는 단 한 마디, “엄마 어디있어?”라는 말이 돌아온다는 이 장면은 많은 부모들에게 익숙한 상황이다. 단순한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장면은 가정 내에서 부모가 맡고 있는 역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엄마 어디있어? 가정 속 역할 분담이 보여주는 진짜 현실

 [코리안투데이] 엄마 어디있어? © 김현수 기자

 

‘엄마’는 아이들에게 있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처럼 인식된다. 사달라고 하고, 찾아달라고 하고, 배고프다며 말하는 아이들의 요구는 대부분 엄마를 향한다. 이는 단순히 아이들의 습관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성역할 고정관념양육 구조의 불균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반면 ‘아빠’는 어떤가. 아이들이 급히 부를 때 아빠에게 하는 말은 단 하나, “엄마 어디있어?”다. 이는 아이들이 위급하거나 필요할 때 진짜 도움을 줄 사람으로 엄마를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빠는 중요한 ‘조력자’가 아니라, 일종의 ‘엄마를 찾아주는 사람’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 가족실태조사 에 따르면, 양육에 있어 엄마의 일상 참여 비율은 여전히 아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돌봄, 가사, 감정노동의 대부분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자녀와의 관계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실은 가정 내에서의 성평등한 역할 분담의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아빠의 육아 참여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아이들의 인식 변화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아빠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가 필요할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이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신뢰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에서 벗어나 사회적 역할로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육아휴직의 실질적인 이용 확대, 탄력 근무제의 정착, 아버지를 위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은 아빠와 아이 사이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엄마 어디있어?’라는 짧은 문장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가정 구조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되묻는다. 부모 모두가 ‘부르는 이름’이 되기 위해서는, 역할을 나누는 것을 넘어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이는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하며, 엄마도 아빠도 같은 무게로 아이들의 세계에 존재해야 한다.

 

부모됨은 이름이 아니라 역할이며, 역할은 함께 나눌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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