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A Languages Day 28/221] 로만슈어 – 알프스 계곡에 울리는 2천 년의 메아리

[WIA Languages Day 28/221] 로만슈어 – 알프스 계곡에 울리는 2천 년의 메아리

[WIA Languages Day 28/221] 로만슈어 – 알프스 계곡에 울리는 2천 년의 메아리

WIA 언어 프로젝트

[Day 28/221]

Rumantsch

로만슈어 | Romansh

 

“알프스 계곡이 품은 2천 년의 속삭임”

조용한 혁명, 221개 언어의 디지털 기록 • 언어를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을 디지털로 영원히 보존합니다.

Il sulegl dat la clardat, la glüna dat la sdumbrida
[일 술레글 닷 라 클라르닷, 라 글뤼나 닷 라 스둠브리다]
“태양은 밝음을, 달은 어둠을 준다”

이것은 로만슈어의 오래된 속담입니다. 스위스 알프스 깊은 계곡에서 2천 년을 견뎌온 이 언어는, 태양과 달처럼 자연스럽게 세상의 이치를 말해왔습니다.

14일마다 하나의 언어가 침묵합니다. 오늘, 우리는 그 침묵을 거부하는 언어를 만납니다. 스위스의 네 번째 국어이자, 로마제국의 마지막 숨결을 간직한 로만슈어. 4만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이 언어로 사랑하고, 노래하고, 꿈을 꿉니다.

오늘은 221개 언어 여정의 28번째 날. 알프스의 바람이 전하는 고대 로마의 메아리, 로만슈어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노래

기원전 15년, 로마 군단이 라에티아(Raetia) 지역을 정복했습니다. 그들이 가져온 속어 라틴어는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뿌리내렸습니다. 켈트족과 라에티아족의 언어는 서서히 사라졌고, 로마인의 말이 이 땅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5세기 로마제국이 무너진 후에도 이 언어는 살아남았습니다. 험준한 산맥과 깊은 계곡이 외부 세계와 이곳을 단절시켰고, 그 고립이 역설적으로 언어를 보존했습니다. 각 계곡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로만슈어가 진화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다섯 개의 방언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16세기부터 독일어가 점점 더 강력해졌습니다. 쿠어(Chur), 그라우뷘덴 주의 수도는 독일어 도시가 되었습니다. 19세기 산업화와 관광업의 발전은 로만슈어 공동체를 더욱 압박했습니다. 1910년 스위스 인구의 1.1%였던 로만슈어 화자는, 오늘날 0.5%로 줄어들었습니다.

1938년, 스위스 국민들은 투표로 로만슈어를 네 번째 국어로 인정했습니다.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가 이 지역에 대한 영토권을 주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스위스인들은 91.6%의 압도적 찬성으로 로만슈어를 지켜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언어 보존이 아니었습니다. 자유와 정체성의 수호였습니다.

[19세기 말 그라우뷘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전통 의상을 입은 로만슈어 공동체 사람들이 마을 광장에 모여 있습니다. 나무로 지은 전통 가옥들, 눈 덮인 산봉우리들, 따뜻한 저녁 빛이 비추는 장면.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로만슈어로 놀고 있습니다. 사진 다큐멘터리 스타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민족지학적 접근, 따뜻하고 존중하는 색감, 골든 아워 조명, 8K 해상도.]

희망과 절망 사이

2025년 현재, 약 4만~4만4천 명이 로만슈어를 사용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그라우뷘덴 주의 엥가딘(Engadin) 계곡과 수르셀바(Surselva)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로만슈어 화자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입니다. 20세 미만은 단 12%에 불과합니다. 그라우뷘덴 주민의 70%가 일상에서 독일어를 사용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취리히나 베른으로 떠납니다. 고향을 떠난 로만슈어 화자의 38%가 그라우뷘덴 밖에서 살고 있습니다.

더 복잡한 문제는 방언의 다양성입니다. 다섯 개의 주요 방언 – 수르실반, 수트실반, 수르미란, 푸터, 발라더 – 은 서로 상당히 다릅니다. 때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1982년, 통합 표준어 ‘루만치 그리순(Rumantsch Grischun)’이 만들어졌지만, 많은 화자들이 자신의 방언을 포기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19년 설립된 리아 루만차(Lia Rumantscha)는 100년 넘게 로만슈어를 지켜왔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매년 약 520만 유로를 언어 보존에 투자합니다. 84개 학교에서 로만슈어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로만슈어 라디오와 TV 방송국이 매일 프로그램을 제작합니다.

독특한 아름다움

로만슈어에는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없는 독특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tschüff” [츄프] – 이것은 단순히 ‘집’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알프스 전통 가옥의 따뜻함, 가족의 울타리, 계절이 지나가는 안식처를 모두 담은 단어입니다.

sulegl” [술레글]은 태양입니다. 하지만 로만슈어 화자들에게 이 단어는 긴 겨울을 견디게 하는 희망이고, 알프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기적이며, 삶이 다시 시작되는 신호입니다. 독일어 ‘Sonne’나 이탈리아어 ‘sole’와는 다른, 알프스만의 태양입니다.

로만슈어는 로망스어군에 속하면서도 독일어의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 어휘의 약 3분의 1이 독일어에서, 25%가 이탈리아어에서, 10%가 프랑스어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영향 속에서도 로만슈어는 고유한 문법과 음운 체계를 유지했습니다. 라틴어 ‘murus(벽)’가 로만슈어에서 ‘mür’가 된 것처럼, 이 언어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시와 노래입니다. 로만슈어 시인들은 알프스의 광활함과 인간의 작은 삶을 대비시키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그들의 언어는 눈 덮인 산봉우리처럼 순수하고,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생생합니다.

기술이 만드는 기록

WIA는 로만슈어를 부활시키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중요한 일을 합니다. 기록을 디지털로 영원히 보존하는 것입니다.

리아 루만차가 100년 동안 수집한 음성 자료들, 1904년부터 시작된 방언 사전 프로젝트(Dicziunari Rumantsch Grischun), 130개 마을의 언어 자료들 – 이 모든 것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변환합니다. 낡은 테이프와 종이 문서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디지털 형태로 보존하면 영원히 접근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언어학자가, 취리히에서 떠나온 로만슈어 화자의 손주가, 런던의 학생이 – 모두가 동시에 같은 로만슈어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디지털 보존이 가능하게 하는 현실입니다.

문법 구조를 분석하고, 발음을 정확히 기록하고, 독특한 표현들을 문서화합니다. 전 세계 연구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2022년 구글 번역에 로만슈어가 추가된 것처럼, 기술은 언어의 접근성을 높입니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식민 지배 아래서 한국어는 위협받았습니다. 하지만 헌신적인 학자들이 디지털 시대 이전에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문서화했습니다. 오늘날 K-pop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어가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은, 그 보존 노력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221개 언어에 같은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보존과 로만슈어의 미래. 왼쪽/배경: 흐릿해지는 역사적 요소들 – 고대 필사본, 오래된 녹음 자료, 반투명해지는 전통 문화 장면들, 세피아 톤. 오른쪽/전경: 디지털 변환 – 로만슈어 문자를 표시하는 홀로그램 텍스트, 음성 파형을 보여주는 디지털 아카이브 인터페이스, 전 세계 접근성을 상징하는 네트워크 연결, 밝고 희망찬 색상(파랑, 청록, 금색).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빛줄기, 문화적 기억을 보존하는 디지털 입자들, 보존된 언어를 향해 뻗는 다양한 인종의 손들, 전 세계 접근성을 보여주는 지구본. 컨셉 사진과 디지털 아트의 만남, 전문적 에디토리얼 품질, 극적인 조명 대비, 희망과 기술적 역량의 감각, 8K 해상도, 시네마틱 구도.]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

로만슈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2천 년 동안 알프스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해온 방식입니다. 눈사태를 표현하는 단어들, 산악 목축을 위한 정교한 어휘들,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는 독특한 표현들 – 이 모든 것이 인류의 지혜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 로만슈어로 성경이 번역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이 언어는 문학 언어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로만슈어 시인들, 작가들, 음악가들이 창작을 계속합니다. 심지어 로만슈어로 랩을 하는 힙합 그룹도 있습니다.

로만슈어는 스위스 다문화주의의 상징입니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로만슈어 – 이 네 언어가 공존하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스위스의 정체성입니다. 로만슈어가 사라진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언어의 소멸이 아니라, 다원주의 가치의 후퇴입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신호들이 있습니다. 로만슈어를 배우는 것이 ‘트렌디’해지고 있습니다. 희귀하고 독특한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다시 로만슈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24년 발라더 방언으로 진행된 관광 캠페인은 엥가딘 지역 호텔 예약을 18% 증가시켰습니다. 언어는 문화의 통로이고, 문화는 경제를 움직입니다.

우리가 만들 내일

2020년부터 로만슈어 화자 수가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기적입니다. 100년 동안의 감소 추세가 멈췄습니다. 리아 루만차의 노력, 정부의 지원, 디지털 기술의 활용 –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221일 후, 모든 언어가 디지털로 기록될 때, 로만슈어는 그 중심에 있을 것입니다. 4만 명의 작은 공동체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언어 보존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입니다. 포기하지 않는 힘입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집단적 다짐입니다.

WIA의 디지털 아카이브는 시간의 벽을 허뭅니다. 100년 후, 200년 후에도 누군가는 로만슈어의 시를 읽을 것입니다. 알프스 계곡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를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해할 것입니다 – 인류는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바라보았는지를.

이것은 조용한 혁명입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지만, 더 깊은 곳에서 변화를 만듭니다. 하루에 하나씩, 221개 언어를 기록하며, 우리는 인류 언어 다양성의 완전한 디지털 도서관을 만들고 있습니다. 로만슈어는 그 도서관의 28번째 보석입니다.

Eviva! Piglia pacific!
[에비바! 필야 파치픽!]
“만세! 평안히 가시길!”

이것은 로만슈어 화자들이 건배할 때, 작별 인사를 할 때 외치는 말입니다.
축하와 축복이 담긴, 알프스의 따뜻한 외침입니다.

221개 언어, 221일의 여정.
오늘 로만슈어의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에 울립니다.

모든 목소리는 영원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Day 29/221, 사르데냐어(Sardinian)를 만나겠습니다.
지중해의 섬이 간직한 또 다른 고대 언어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WIA LANGUAGE INSTITUTE
221 Languages – Digital Preservation Project

매일 하나씩, 221개 언어를 디지털로 영원히 | Every voice is eternal

wialanguages.com | @yeonsamheum
© 2025 WIA Language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

기사 원문 보기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남기기

📱 모바일 앱으로 더 편리하게!

코리안투데이 구로를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언제 어디서나 최신 뉴스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