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인천의 한 노인 주야간보호센터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는 우리 사회 노인 돌봄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단속이라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80대 치매 환자가 센터를 빠져나가 외부 수로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관리·감독의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욱 큰 경각심을 일깨운다. 법원은 센터 운영 책임자와 근무자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유족의 아픔과 사회적 불신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 [코리안투데이]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지방법원 전경(사진제공: 경기일보DB) ⓒ 박찬두 기자 |
사건은 지난 2023년 5월 27일 오후 7시 14분경, 인천 중구에 위치한 한 노인 주야간보호센터에서 발생했다. 이곳에 입소해 있던 C씨(80)는 그날 저녁, 잠겨 있지 않던 센터 현관문을 통해 홀로 밖으로 나섰다. 치매를 앓고 있던 C씨는 센터 주변을 배회하다가 인근 수로에 빠져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조사 결과, C씨는 사고 발생 이전부터 “집으로 가겠다“며 짐을 챙기거나 센터 내 승강기 주변을 서성이는 등 이상 행동을 여러 차례 보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센터 측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출입문 잠금장치 관리조차 소홀히 했고, 결과적으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센터 원장인 A씨(54)와 사고 당시 야간 근무자였던 B씨(70)는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0단독 황윤철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벌금 1천500만원을, B씨에게는 벌금 1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황 판사는 판결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들이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각각 1천만원씩을 법원에 공탁(채무자가 채권자를 위하여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을 법원에 맡기는 일)했고, 해당 요양원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유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는 법원이 피고인들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배상 가능성을 참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족의 상실감과 정신적 고통이 금전적인 보상만으로 치유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실수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노인 돌봄 시설의 안전 관리 강화라는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치매와 같이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이라면 더욱 철저한 안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잠금장치 점검, 배회 감지 시스템 도입,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돌봄 인력의 안전 의식 강화와 전문성 향상일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노인 돌봄 시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비극을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망 구축과 함께 관련자들의 책임 의식 제고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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