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다 – 고조선 편] 제7화: 천문학의 나라 고조선 – 고인돌에 새긴 별자리

[역사는 살아있다 – 고조선 편] 제7화: 천문학의 나라 고조선 – 고인돌에 새긴 별자리

2024년 여름, 전북 고창의 한 고인돌 연구자가 놀라운 발견을 했다. 고인돌 덮개돌에 새겨진 30여 개의 구멍이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밤하늘의 별자리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 구멍들은 24절기 농사력과 관련 깊은 동남쪽 밤하늘의 별자리를 정확히 재현하고 있었다. 4,000년 전 고조선 사람들은 이미 천문학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계절을 구분했다. 고인돌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늘의 별을 땅 위에 옮겨 놓은 거대한 천문대였다.

오늘날 한국이 우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훨씬 이전, 고조선은 이미 별을 읽고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는 천문학의 나라였다. 청동기 시대 한반도에 펼쳐진 별자리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시대의 풍경

기원전 2000년부터 기원전 300년에 이르는 시기, 고조선 사람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별들의 궤적, 계절마다 바뀌는 별자리의 위치, 그리고 달의 차고 기우는 주기까지. 이 모든 천문 현상은 그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우주의 시계였다.

고인돌 덮개돌에 새겨진 성혈(星穴)이라 불리는 구멍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평안남도와 황해도의 고인돌 200여 기에서 발견된 별자리 그림은 북극 주변의 별자리와 28수를 포함해 40여 개에 달한다. 이는 기원전 2900년에서 3000년 사이 평양 일대 북위 39도에서 관측 가능한 밤하늘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고인돌 덮개돌의 구멍은 동남쪽 밤하늘 별자리로 24절기의 농사력과 관련이 깊다. 고창의 수많은 고인돌은 단순히 무덤으로만 쓰인 것이 아니라 천문학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였음을 보여준다.”

– 고창문화연구회, 2022년 고인돌 천문학 연구

같은 시대, 다른 세계

🏛️ 바빌로니아

황도 12궁 체계 확립, 60진법 시간 체계 개발, 일식과 월식 예측 시작. 점성술과 천문학이 결합된 독자적 우주관 형성

🗿 이집트

시리우스별 관측으로 나일강 범람 예측, 365일 태양력 사용, 피라미드를 북극성과 오리온자리에 정렬시킨 건축 천문학

🏺 마야

금성 주기 정밀 관측, 260일 신성력과 365일 태양력 조합, 장기 달력 체계로 수천 년 후까지 천문 현상 예측

 [이미지: 고창 고인돌 덮개돌에 새겨진 성혈(구멍) 패턴과 이를 재구성한 별자리 배치도. 북두칠성과 28수 별자리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는 천문도]

📜 그날의 현장

“기원전 1500년 어느 가을 저녁. 고조선의 제사장이 고인돌 위에 선다. 그의 가슴에는 청동거울이 달려 있고, 손에는 청동 점을 치는 도구가 들려 있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북극성이 정확히 고인돌 덮개돌의 중앙 구멍과 일치한다.”

“저 별이 저 위치에 있을 때 파종을 시작하라.” 제사장의 선언에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저 별이 저 위치에 왔을 때 씨를 뿌렸고, 풍년이 들었다. 하늘의 질서가 땅의 질서를 만든다. 고조선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고, 실제로 그랬다.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고조선의 천문학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가장 중요한 증거는 한반도 전역에 퍼진 4만여 기의 고인돌이다. 그중 고창과 강화, 화순의 고인돌군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고인돌들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천문 관측소이자 농경력을 기록한 거대한 돌 달력이었다.

고창 고인돌의 배치를 분석한 연구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운곡습지의 제왕고인돌을 북극성으로 삼아 남북축을 설정하고, 춘추분 태양 경로인 월암리 고인돌과 도산리 천제단을 연결한 동서축을 기준으로 개별 고인돌들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는 7세기 경주 첨성대보다 2000년이나 앞선 천문학적 설계다.

북한 학계는 더 나아가 대동강 유역 고인돌에서 북극성, 북두칠성, 28수, 그리고 은하수와 플레이아데스 성단까지 새겨진 흔적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밤하늘의 별을 이처럼 체계적으로 기록한 예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는 고조선이 단순히 별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천문 현상을 체계화하고 이를 사회 운영에 활용했음을 의미한다.

시대

기원전 2000~300년
청동기시대

핵심 유물

별자리 고인돌
성혈(星穴) 40여 개

관측 기술

북극성 정렬
28수 체계

역사적 의의

세계 최고 수준
별자리 기록

🔍 학계의 시각

주류 견해

고인돌의 성혈은 별자리를 상징하며, 농경과 제의에 활용된 천문 관측의 흔적. 28수 체계의 원형이 고조선 시대부터 형성되었을 가능성

신중한 견해

성혈이 모두 별자리는 아니며 일부는 종교적 상징일 수 있음. 북한의 연대 측정(기원전 2900년)은 재검증 필요. 단 천문학적 지식 존재는 명확

[이미지: 청동기 시대 다뉴세문경(다뉴기하학문경)에 새겨진 동심원 문양. 태양 숭배와 우주 순환을 상징하는 정교한 기하학적 패턴이 1만3000개 이상의 선으로 표현됨]

고조선 천문학의 세 가지 특징

1. 북극성 중심의 우주관

고조선 사람들은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여겼다. 강화 부근리 고인돌군은 북극성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으며, 고창의 제왕고인돌 역시 북극성을 상징한다. 이는 훗날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의 천문학으로 이어지는 한국 천문학의 기본 축이 되었다.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는 별로서 하늘의 군주를 상징했고, 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우주론적 근거가 되었다.

2. 28수 체계의 원형

동아시아 천문학의 핵심인 28수(宿) 체계는 달이 28일 주기로 공전하며 매일 머무는 별자리를 28개로 나눈 것이다. 이 체계는 바빌로니아에서 기원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고조선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배치가 28수와 일치한다는 것은, 이미 기원전 2000년대부터 이 체계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 주나라(기원전 1046년)보다 앞선 시기다.

3. 농경력과 제의의 통합

고조선의 천문학은 단순한 별 관측이 아니라 실용적 농경력이었다. 춘추분과 하지, 동지의 일출 방향에 맞춰 고인돌을 배치한 것은 24절기의 원형을 보여준다. 제사장은 별의 위치를 보고 파종과 수확 시기를 결정했다. 1960년 충남 논산에서 발견된 다뉴세문경은 직경 21.2cm에 1만3000개가 넘는 정교한 동심원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태양 숭배와 우주 순환 사상을 보여주는 천문학적 예술품이다.

오늘 우리에게 묻다

2022년 6월, 한국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세계 7번째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2024년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21세기 한국의 우주 과학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4000년 전 고인돌 위에서 별을 관측하던 고조선 사람들과 만난다.

고조선의 천문학은 단순히 하늘을 관찰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에서 시간의 질서를 발견했고, 우주의 순환에서 삶의 리듬을 찾았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별들처럼, 사회에도 중심이 필요하다는 우주론적 통치 이념을 만들어냈다. 이는 훗날 조선시대 성리학의 천인합일 사상으로 이어졌고, 현대 한국인의 우주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분 고조선 시대 현재
천문 관측 고인돌 덮개돌의 구멍으로 북극성과 별자리 관측, 육안 관측 우주망원경, 인공위성, 달 탐사선 다누리로 우주 탐사
활용 목적 농경력 제작, 24절기 구분, 파종·수확 시기 결정 GPS, 기상 예보, 통신, 우주산업, 과학 연구
정신적 가치 하늘=신성, 별=우주 질서, 북극성=왕권의 상징 우주 개척 정신, 과학기술 강국, 인류 미래 개척

 [이미지: 현대적 연결 – 왼쪽에 고창 고인돌의 별자리 배치도, 오른쪽에 2024년 한국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4000년의 우주 탐험, 고인돌에서 우주로”라는 캡션]

📚 더 깊이 알아보기

  • 청주 아득이 고인돌(1960년대 발견)은 남한에서 덮개돌 구멍을 별자리로 최초 확인한 사례다. 북한은 이보다 앞서 1950년대부터 체계적 연구를 진행했다.
  • 경주 첨성대(634년)는 고조선 천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건축물이다. 12단(12개월), 365개 돌(1년)로 구성되었으며, 동지 일출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 조선시대 천상열차분야지도(1395년)는 1467개의 별을 283개 별자리로 그린 세계 최고 수준의 천문도로, 고조선 이래 축적된 천문학 지식의 집대성이다.

살아있는 역사의 목소리

고조선의 제사장이 고인돌 위에서 올려다본 밤하늘과, 2024년 한국 과학자가 관측하는 우주는 같은 하늘이다. 4000년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 별을 향한 인간의 궁금증은 변하지 않았다. 고조선 사람들이 별에서 찾은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질서였고, 의미였으며, 삶의 방향이었다.

 

“하늘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별은 제자리를 지킨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별을 보며 길을 찾는다. 4000년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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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투데이 “역사는 살아있다” 시리즈
고조선 편 (총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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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며, 다양한 학술적 견해를 균형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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