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은 더 이상 예산 규모나 개발 사업의 숫자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주민이 정책을 얼마나 쉽게 이해하고,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접하며, 행정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통하는지가 도시의 행정 수준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천구가 운영해 온 공식 블로그가 전국 단위 평가에서 최우수 성과를 거두며 ‘디지털 행정 소통’의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 [코리안투데이] 2025 올해의 SNS 블로그 부문 최우수상 수상 기념 사진(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지난 26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5 올해의 SNS’ 시상식에서 기초자치단체 블로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공공기관 SNS 운영의 우수 사례를 가리는 이 시상식은 올해로 11회째를 맞았으며, (사)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와 (사)의회정책아카데미가 공동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한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까지 폭넓은 참가자 가운데 양천구 블로그는 콘텐츠 기획력과 지속성, 주민 소통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은 단순한 인기 투표가 아니다. 게시물 수, 방문자 수, 운영 지속성 등을 평가하는 정량 지표가 40%, 콘텐츠의 질과 스토리텔링, 소통 방식 등을 평가하는 전문가 심사가 60%를 차지한다. 양천구는 이 두 영역 모두에서 고른 점수를 획득하며 최우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양천구 공식 블로그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다. ‘브리핑 양천’, ‘알림 양천’, ‘필독 양천’, ‘생생 양천’, ‘꿀팁 양천’ 등 5개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체계화해, 주민이 목적에 따라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정책 홍보와 생활 정보, 참여 콘텐츠를 한데 섞지 않고 성격에 맞게 분류함으로써 가독성과 활용도를 동시에 높였다.
‘브리핑 양천’은 양천구 블로그의 대표 콘텐츠로 꼽힌다. 도시개발, 보육, 교육, 복지, 교통 등 주민 관심도가 높은 정책을 단순 결과 보고가 아닌 ‘왜 이 정책이 필요한지’,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특히 양천구 캐릭터 ‘볼빵빵 해우리’를 기자 콘셉트로 활용해 취재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점이 눈에 띈다. 정책 자료를 그대로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과 답변 구조로 풀어내며 행정 정보를 생활 언어로 번역했다는 평가다.
‘알림 양천’은 일자리 모집, 문화행사, 교육 프로그램, 주민 참여 사업 등 실생활과 직결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행정 공지의 특성상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핵심 위주로 정리하고, 신청 방법과 일정, 유의사항을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해 실용성을 높였다. ‘필독 양천’은 폭염·한파·미세먼지·재난 대응 등 안전과 직결된 정보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계절과 시기에 따라 콘텐츠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강화했다.
구민 참여형 콘텐츠도 블로그 성장의 중요한 축이다. ‘생생 양천’은 구민 서포터스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다. 축제, 공공시설, 체험 프로그램 등을 주민의 시선에서 전달함으로써 행정 홍보와는 다른 생동감을 더했다. ‘꿀팁 양천’은 각종 공모전, 이벤트, 생활 속 활용 정보 등을 모아 제공하며, 정보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운영 전략의 결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양천구 블로그에는 현재까지 약 6,400건의 정책·생활·참여 콘텐츠가 게시됐고, 누적 방문자 수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단기간의 이벤트성 성과가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신뢰와 방문 습관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양천구 블로그의 성과를 ‘행정 커뮤니케이션의 전환’ 사례로 평가한다. 기존 공공 블로그가 일방적 전달에 그쳤다면, 양천구는 정보 구조화와 스토리텔링, 캐릭터 활용을 통해 정책 접근 장벽을 낮췄다. 이는 단순히 조회 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 블로그는 행정의 언어가 아닌 주민의 언어로 소통하며 구정과 생활을 잇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블로그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정책을 전달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이 행정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시대다. 정보의 양보다 전달 방식과 맥락이 중요해진 지금, 양천구 블로그의 사례는 지방정부가 SNS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로 읽힌다. 최우수상이라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이 ‘검색해서 찾아보는 행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접하는 행정’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행정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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