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태계의 신비로운 존재인 빗해파리(comb jelly)는 최근 두 마리가 융합되어 하나의 개체처럼 행동하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번 발견은 생물학적 연구뿐 아니라 장기이식 분야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리안투데이] 두 마리리가 한 마리로 합쳐진 빗해파리의 모습. 부상을 당한 빗해파리는 신체의 일부를 합쳐서 다시 살아나 한 마리처럼 움직임였음. 영국 엑서터대 등 연구진은 빗해파리 두 마리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으며, 이번 성과가 장기이식 연구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사진제공: 마리아나 로드리게스–산티아고(Mariana Rodriguez-Santiago)] ⓒ 박찬두 기자 |
영국 엑서터대와 일본 오카자키 자연과학연구기구(NINS)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투명한 해파리인 빗해파리(comb jelly) 두 마리가 합쳐져 단일 생명체로 행동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최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 두 마리는 신경계와 소화계를 공유하며 마치 샴쌍둥이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관찰됐다. 이들의 융합 현상은 빗해파리가 가진 독특한 신체 구조와 관련이 있다.
빗해파리는 약 7억 년 전 지구에서 새로운 계통을 이룬 동물로, 해파리와 유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몸에 빗 모양의 섬모 줄무늬를 가지고 있어 이를 이용해 이동하며, 이 섬모는 빛을 반사하여 무지갯빛을 내는 특성을 가진다. 빗해파리 대부분은 투명하고 젤리 같은 몸체를 가지고 있다. 해파리와 비슷하게 촉수가 있지만 대부분 빗해파리는 독이 없으며, 주로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코리안투데이] 두 마리의 빗해파리가 합쳐져 유영하고 있는 모습. 빗해파리는 몸에 빗 모양의 섬모 줄무늬가 있어서 이를 이용해 이동하여 빗해파리라는 이름이 붙여짐. 이 섬모가 빛을 반사해 무지개 빛깔을 내기도 함. 보통 투명하고 젤리 같은 몸을 가지고 있음.(사진제공: 위키미디어) ⓒ 박찬두 기자 |
이번 연구를 이끈 케이 조쿠라 박사는 여름 바닷가에서 빗해파리를 관찰하던 중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큰 개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개체는 두 개의 입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일 신경계와 결합한 소화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두 마리에 각각 자극을 가했을 때 두 개체가 동시에 반응하고, 한쪽 입으로 먹이를 주면 다른 쪽의 소화기로 음식이 넘어가는 현상을 관찰했다. 놀라운 점은 이 빠른 반응이 두 몸 모두에서 동시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마리 빗해파리가 합쳐지는 현상이 다른 개체에서도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상처를 낸 두 마리를 붙이는 실험을 9차례 시행한 결과, 한 차례를 제외한 모든 실험에서 두 개체가 융합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한 개체처럼 반응하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코리안투데이] 두 마리가 합쳐진 빗해파리에서 배설물이 나오고 있는 모습. 이 빗해파리는 한쪽 해파리를 건드려도 한 마리처럼 함께 반응하였음.[사진제공: 마리아나 로드리게스–산티아고(Mariana Rodriguez-Santiago)] ⓒ 박찬두 기자 |
조쿠라 박사는 빗해파리가 쉽게 융합할 수 있는 이유는 자아 인식이 매우 약하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간의 장기이식 개선이나 두 신경계의 융합 과정을 배우는 것이 신경 재생에 관한 의학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대학교의 진화 및 발달 생물학 연구원인 빌리 스왈라는 “정말 멋지다“고 감탄하며, 유사한 융합 현상이 하이드라와 몇몇 가까운 진화적 친척들에게서도 관찰되었지만, 빗해파리에게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애미 대학교의 무척추동물 생물학자인 니키 트레이러–노울스는 “관찰하여 기록하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빗해파리가 가진 생물학적 특성과 진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의학적 연구 분야에서도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바닷속 외계인으로 불리는 빗해파리의 신비로운 융합 현상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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