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시몬 손중하의 ‘국화꽃 베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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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

지금 목련을 보며 봄 햇살이 등 뒤를 따사롭게 비추어 얼어 붙었던 마음까지 녹여 줍니다. 그 햇볕이 너무 따뜻하여 혼자 쬐기에는 너무 송구스러워 가끔은 응달쪽을 서성이게 되는 것은 소심한 성격 때문일까!

 

[연재] 시몬 손중하의 ‘국화꽃 베개'(4)

 [코리안투데이] 목련이 핀 학교 전경(그림: chatGPT) © 임승탁 기자

가끔은 그 따뜻함을 모아두었다가 추위에 웅크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퇴근 할 무렵 가끔 신발장 안에는 김 선생님의 편지가 놓여 있었고 그 편지는 나를 참으로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행복하다는 선생님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았고 아이들은 선생님 곁에서 얼마나 행복했겠는가를 선생님이 떠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목련이 피어오를 때에는 누구보다도 먼저 교장실로 달려와 교장 선생님! 목련이 드디어 피었어요.”

 

저도 이미 목련이 피고 있음을 창을 통해서 보고 있으면서도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보는 목련은 어느 목련보다도 사랑의 숨결을 전하는 듯 했습니다. 사랑이 묻혀 진 그 목련은 다시 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그들의 가슴에 따뜻함으로 남게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미풍이 불어 목련의 잎이 서로를 부비며 나는 소리도 김 선생님은 예사롭게 듣지 않았습니다.

교장선생님! 저 나뭇잎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가끔씩 매미가 와서 자지러지기 울어 댈 때도 그랬습니다.

저 매미소리 좀 들어 보세요.”

그렇게 자상한 모습으로 언제나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부분까지 알려주던 선생님은 나를 위해 늘 기도를 잊지 않고 해 주셨지요.

 

선생님! 가끔은 나도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햇빛에 달구어진 담벼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선생님의 쉼 없는 위로의 기도 소리를 듣곤 합니다. 김 선생님,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이제는 새로운 기도가 필요한 때 입니다. 누구보다도 멋진 기도를 김 선생님께서는 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 저렇게 행복하게 운동장에서 뛰 노는 아이들이 가난이나 무지를 대물림하지 않도록 선생님이 기도 해주세요. 그렇게 하기엔 내 힘이 턱 없이 부족하고 기도의 힘도 모자란다는 것을 느낀답니다.

 

우리 아이들, 너무도 가난한 우리 아이들, 그들을 바라보면 눈물이 납니다. 엊그제는 한 아이가 가출하여 등나무 근처 울타리 숲에서 잠을 잤답니다. 어떤 아이 아빠는 아침을 못 먹여 보냈다고 아침을 챙겨 먹여 달라는 전화도 왔답니다. 어떤 아이는 제발 학교에서 엄마 아빠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얼굴도 모르고 할머니 곁에서 자란 아이랍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신 손님은 바로 내 가까이에 있는 우리들의 아이랍니다. 그가 철부지이든 가난뱅이이든 우리들의 가장 멋진 손님으로 대접한다면 우린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목련을 볼 수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만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만 가슴에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선생님의 기도를 생각하면 하루가 행복해지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내가 행복한 만큼 김 선생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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