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의 즐거움은 누리고 싶지만 건강 걱정에 망설였던 이들에게 ‘무알코올 맥주‘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일반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이 현저히 낮거나 없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에 경종을 울리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된다. 오히려 무알코올 맥주가 당뇨병과 비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코리안투데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대문구청) ⓒ 박찬두 기자 |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독일과 미국의 공동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젊은 남성 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통해 무알코올 맥주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매일 330mL 용량의 무알코올 맥주 두 병을, 다른 대조군은 동일한 양의 물을 4주 동안 꾸준히 섭취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 기간 전후로 참가자들의 혈액 검사를 실시하여 신체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신 그룹에서는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췌장에서 분비되어 혈액 속의 포도당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호르몬)의 수치가 눈에 띄게 상승하는 등 제2형 당뇨병(인슐린 기능 저하나 분비 부족으로 혈당이 높아지는 만성 질환) 발병과 관련된 위험 신호들이 포착된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모든 무알코올 맥주가 동일한 위험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밀을 주원료로 한 맥주나 오렌지, 레몬 등의 탄산이 혼합된 형태의 맥주에서 이러한 위험성이 더욱 크게 나타났으며,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0.5% 이하인 라이트 필스너 타입의 맥주는 덜 해로운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무알코올 맥주라 할지라도 종류에 따라 성분과 제조 방식의 차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무알코올 또는 저알코올 맥주를 섭취한 그룹에서는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유해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 등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혈액 속에 있는 지방의 한 형태로,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수치 역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무알코올 맥주가 단순히 알코올만 제거했을 뿐, 다른 성분들이 여전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음료의 대체재로서 소비가 점차 늘고 있지만, 그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실험을 통해 무알코올 맥주가 함유하고 있는 칼로리와 당분으로 인해 신체의 물질대사 과정인 신진대사(생물체가 생존과 성장을 위하여 기본적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새로운 물질로 만들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련의 화학적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무알코올‘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칼로리와 당분의 함량이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을 생각한 선택이 오히려 예기치 않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무알코올 맥주를 즐겨 찾는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알코올이 없다는 사실에만 안심할 것이 아니라, 제품의 성분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고 과도한 섭취는 피하는 현명한 소비 습관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무알코올 음료가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