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학교 옆 녹지가 쉼터로…양천구 ‘미니 정원’ 조성으로 정원도시 전략 가속

도시 내 유휴 녹지의 활용 방식이 생활환경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울 양천구가 학교 주변 방치 공간을 주민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며 생활밀착형 도시정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양천구는 양명초등학교 후문 옆에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던 경관녹지를 ‘미니 정원’ 형태의 쉼터로 정비하고 최근 조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코리안투데이] 양천구, 양명초 후문 옆 쉼터 정비사업 시행 후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이번에 정비된 공간은 신정동 310-5번지 일대로, 양명초등학교와 목동10단지 사이에 위치한 면적 803㎡ 규모의 경관녹지다. 정비 이전에는 나무와 잡초가 뒤엉켜 통행이 불편했고, 등하굣길 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시야를 가리는 수목과 무성한 잡초로 인해 안전과 미관 측면에서도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업은 주민 제안에서 출발했다. 양명초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인근 주민들이 “풀만 무성한 녹지대를 등하굣길 쉼터로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양천구는 이를 ‘2025년도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채택해 본격 추진했다. 올해 초 설계와 주민 의견수렴을 거친 뒤, 지난 7월 공사에 착수해 약 두 달간의 정비 과정을 거쳐 새 단장을 마쳤다.

 

새롭게 조성된 미니 정원에는 산딸나무와 문그로우 등 수목 705주와 초화류 3,130본이 식재됐다. 이를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작은 정원 형태를 갖췄으며, 단순한 녹지 정비를 넘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 벤치와 퍼걸러 등 휴게시설이 설치돼 학생, 학부모, 어르신 등 다양한 이용자가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야간 이용을 고려한 안전 대책도 함께 마련됐다. 정원 주변에는 조명이 설치돼 어두운 시간대에도 시야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고, 공간 전반을 개방형으로 조성해 시각적 안정감을 높였다. 이는 학교 인접 지역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설계로, 보행 안전과 범죄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자전거 통학생이 많은 지역 특성도 반영됐다. 기존에 낡고 협소했던 자전거보관대는 확충됐고, 양명초 후문 앞 노후 보도블록은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춘 논슬립 블록으로 교체됐다. 이를 통해 비 오는 날이나 겨울철에도 안전한 보행 환경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양천구는 이번 사업을 단순한 녹지 정비가 아닌 생활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학교 주변이라는 특성상 등하굣길 학생을 기다리는 학부모, 인근 신트리공원을 오가는 주민 등 다양한 생활 동선이 겹치는 공간인 만큼, 쉼과 이동이 공존하는 공공 공간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비 이후 공간이 밝고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이용 빈도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소규모 정원 조성은 최근 국내외 도시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공원 조성뿐 아니라 골목, 학교 주변, 자투리땅 등을 활용한 소형 녹지와 커뮤니티 가든이 도시 회복력과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원도시’ 개념이 확산되며, 생활권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녹지 조성 정책이 지자체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양천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활밀착형 정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구에 따르면 2023년부터 현재까지 지역 내 노후 녹지, 공원, 걷고 싶은 거리 등을 중심으로 미니 정원 185개를 조성 완료했다. 이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원 개발이 아닌, 주민 생활과 맞닿은 공간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천구는 앞으로도 주민 제안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환경 개선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민이 일상 속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안전·휴식·경관을 동시에 고려한 도시 환경을 조성해 ‘정원도시 양천’이라는 도시 비전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양명초 후문 옆 미니 정원 조성은 방치된 공간이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 자산으로 전환된 사례로, 생활권 녹지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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