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75가 던지는 질문: 고령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영화 ‘플랜 75’는 초고령사회 일본이 겪고 있는 현실적 불안,

그리고 국가가 노인의 생명을 효율의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노년을 비용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만들어질 때,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까.

일본의 영화·소설·연금정책을 예로 들며 한국 역시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현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결국 국가의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삶은 결코 숫자로 계산할 수 없다”는 공동체의 성숙한 의식이다.

 

 [코리안투데이] 머릿돌 57. 존엄한 노년 vs 효율의 논리: 일본이 보여준 미래의 경고  © 지승주 기자

영화 *플랜 75*는 일본에서 실제로 큰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감독은 “후기 고령자”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차가움,

그리고 나이가 숫자로 사람의 가치를 규정하는 현실을 보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의료비 증가, 노동력 감소, 막대한 사회보장비 등

일본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이 더 악화된 시점입니다.

그리고 결국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즉 ‘플랜 75’를 도입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공무원들이 공원에 나가 노인들에게 죽음을 권유하고,

“원하는 때에 떠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광고가 TV에서 흘러나옵니다.

국가가 ‘죽음’을 복지 서비스처럼 포장해버린 현실인 것입니다.

 

더 무서운 대사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합니다.

“정부는 플랜75의 호응에 따라 플랜65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기준이 내일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결국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영화가 왜 일본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을까요?

 

2025년이 되면 일본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후기 고령자’가 됩니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의료·복지 시스템이 버틸 수 없다는 현실이 이미 예고된 것입니다.

 

비슷한 상상력은 일본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에도 나옵니다.

70세가 되면 누구나 30일 안에 죽어야 한다는 잔혹한 내용입니다.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국가적 수치다”

“오히려 노후 걱정이 없어 좋다”

라며 서로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노인을 짐으로 보는 사회,

존엄보다 효율이 앞서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보고가 나왔고,

그 부담은 결국 젊은 세대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고려장”, “연금 폭탄”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글의 마지막이 말하는 핵심은 분명합니다.

 

“세대 갈등이나 숫자 계산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감수해도 공동체의 존엄을 지키는 성숙한 마음이 필요하다.”

 

고령사회로 갈수록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플랜 75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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