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노래’로 울려 퍼진 생의 찬가…인천시립합창단 제191회 정기연주회 감동의 무대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의 경계를 음악으로 넘나든 시간. 인천시립합창단이 2025년 6월 11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개최한 제191회 정기연주회 <Hope Sings Eternal(희망의 노래)>가 깊은 울림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번 연주는 미국합창지휘자협회(ACDA) 전 총회장을 지낸 세계적 합창 지휘자 Dr. Pearl Shangkuan이 객원 지휘를 맡아 그 의미를 더했다. 그녀는 미시간 Calvin University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카네기홀, 월드심포지엄 등 세계 유수 무대에서 연주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Pearl Shangkuan은 “음악은 슬픔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언어”라며 “이번 무대를 통해 그 빛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코리안투데이] 인천시립합창단 제191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 김미희 기자

공연은 Z. Randall Stroope의 <예레미야의 애가>로 시작됐다. 구약성서의 예언자 예레미야가 바라본 예루살렘의 멸망을 주제로 한 이 곡은, ‘슬픔’, ‘자기연민’, ‘간구’, ‘신앙’이라는 네 장으로 나뉘어 인간의 내면과 신의 섭리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절절한 화성 진행과 풍부한 합창 사운드는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Samuel Barber의 <Agnus Dei>는 그의 대표곡인 ‘Adagio for Strings’를 합창 버전으로 편곡한 곡으로, 인간의 슬픔과 구원을 담은 기도로 완성됐다. 부드러운 음향과 서서히 고조되는 하모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점 깊어지는 명상처럼 청중을 몰입시켰다.

 

세 번째 곡 <City Called Heaven>은 Josephine Poelinitz의 편곡으로, 흑인 영가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천국이라 불리는 도시’를 향한 영혼의 여정을 그린 이 곡은 단순한 멜로디와 깊은 감정 표현으로 청중의 감정선을 자극했다. “내 영혼이 고통받고 있다”는 노랫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했다.

 

Alice Parker가 편곡한 <Hark, I Hear the Harps Eternal>은 전통 복음성가의 경쾌한 리듬과 영적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앞선 곡들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프로그램의 전환점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Dan Forrest의 <Requiem for the Living(산 자들을 위한 진혼곡)>은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을 향한 성찰을 다섯 개의 악장으로 풀어낸 대곡이다. 특히 ‘Vanitas Vanitatum’에서는 “헛되고 헛되도다”라는 반복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환기시켰고, ‘Lux Aeterna(영원한 빛)’에서는 고통 너머의 희망을 찬란하게 표현했다. 지휘자 Pearl Shangkuan은 “이 진혼곡은 산 자들의 위로를 위한 음악”이라고 밝히며, 죽음을 넘어선 치유와 위안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합창의 향연을 넘어, 음악을 통해 존재를 성찰하고 신앙과 감정의 치유를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인천시립합창단의 정제된 앙상블과 세계적 지휘자의 리더십, 그리고 오케스트라 라르떼의 섬세한 연주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한 편의 삶의 서사시를 들려주었다.

 

“희망은 노래가 되었고, 노래는 결국 삶이 되었다.” 정기연주회의 제목처럼, 희망의 메시지는 그렇게 무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 속에 조용히 자리잡았다.

 

[ 김미희 기자:  incheonsouth@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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