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트렉’이라 불린 화가 구본웅(1906~1953)은 조선 최초의 짐승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프랑스의 짐승파 화가 블라맹크(Vlaminck)와 일본의 사토미에게 영향을 받아, 강렬하고 감각적인 색채로 동물과 인간을 재해석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 「코리안투데이」 한국 최초의 짐승 화가, 구본웅의 독창적 화풍 © 김현수 기자 |
당시 서울 종로 일대에서 살던 구본웅은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과 이웃이었으며,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인연을 쌓았다. 미술 수업 시간, 구본웅이 이상에게 선물한 오얏나무 화구 상자는 큰 전환점이 되었고, 감동한 김해경은 ‘이상(李箱)’이라는 문학적 필명을 이때부터 사용하게 된다. 키가 크고 마른 이상, 척추 질환으로 왜소했던 구본웅. 외형은 달랐지만 이들은 늘 붙어 다니며,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진정한 동반자였다. 주변에서는 “특이하게 멋진 조합”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 「코리안투데이」 시인 이상과의 특별한 인연과 예술 동행 © 김현수 기자 |
구본웅은 친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손에 자랐다. 그의 계모의 남동생은 시인 변영로였으며, 그는 예술과 문학이 공존하는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한때는 자신의 이상형과 결혼했지만, 아내는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이후 그 여성은 화가 김환기와 재혼하며, 구본웅과 김환기는 엇갈린 예술 인연으로 또 한 번 맞닿는다.
![]() 「코리안투데이」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 그의 딸로 이어진 예술 계보 © 김현수 기자 |
특히 구본웅과 이상은 단순한 친구를 넘어선 관계였다. 문헌에 따르면 이들은 혈연적 인연까지 얽혀 있어, 둘의 관계는 사촌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구본웅은 이상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기억을 간직하며, 예술 속에 그 흔적을 담았다.
![]() 「코리안투데이」 구본웅, 한국의 로트렉으로 불린 짐승 화가의 삶과 예술 세계 © 김현수 기자 |
그의 예술적 유산은 자녀에게로도 이어졌다. 구본웅의 딸은 바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예술가 아버지의 섬세함과 집념은 그녀에게도 깊이 전해졌고, 강수진은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로서 세계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이상 시인과 금홍 © 김현수 기자 |
짧지만 굵직한 생애, 한국 근대미술의 이정표가 된 구본웅. 그의 삶은 단지 화가 한 명의 이야기를 넘어, 시대를 앞서간 예술 정신과 인간미를 아우른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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