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문화 경쟁력은 대형 공연장이나 유명 전시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에서 꾸준히 창작하고, 발표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양천구가 지역 예술인과 함께 마련한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성과공유회’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답이다. 행정의 지원이 예술인의 창작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구민의 문화 경험으로 환원되는 구조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 [코리안투데이] 지난해 문화진흥기금을 지원받은 예술가의 반도네온 공연 현장(사진=양천구청) |
양천구는 오는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양천문화회관에서 ‘2025년 문화진흥기금 지원사업 성과공유회(우리만의 藝(예)피소드)’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올해 문화진흥기금 지원을 받은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성과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와 공연으로 선보이는 자리로, 구민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문화진흥기금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완화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자산을 키우기 위해 조성된 재원이다. 양천구는 단발성 행사 지원이 아닌,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기금을 운영해 왔다. 특히 청년·청소년 예술인, 장애예술인 등 상대적으로 발표 기회가 적은 창작 주체를 적극 발굴·지원해 지역 문화 생태계의 저변을 넓혀 왔다.
이번 성과공유회는 그러한 정책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전시는 12월 2일과 3일 양일간 양천문화회관 1층 로비와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유리공예, 금속공예, 장신구 공예, 회화, 사진, 캘리그라피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전시돼, 지역 예술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전시 작품 면면도 눈길을 끈다. 김소곤 작가의 유리공예 작품 ‘Space VII’는 재료의 물성을 통해 공간과 빛의 관계를 탐구하고, 이성미 작가의 장신구 공예 ‘Gaze Of Watcher’는 착용 가능한 예술로서의 공예 가능성을 제시한다. 공현진 작가의 나무 꼭두 공예 ‘지옥꽃’은 전통적 소재에 현대적 해석을 더해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회화 분야에서는 이하진 작가의 ‘몽키 포레스트’, 이주영 작가의 ‘겨울기억’, 정진아 작가의 ‘우리 단지’ 등이 소개된다. 개인의 기억과 일상, 도시의 풍경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지역 예술이 반드시 지역성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생활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박지환 작가의 사진 작품과 임미나 작가의 캘리그라피가 더해져,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공연은 12월 3일 오후 7시, 양천문화회관 2층 대극장에서 열린다. 성악, 피아노, 클라리넷, 반도네온 같은 클래식 음악부터 힙합댄스, 랩, 리코더 연주까지 장르의 폭이 넓다. 특히 청소년 래퍼와 12세 리코더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는 구성은, 문화진흥기금이 단순히 현재의 성과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예술 인재를 함께 키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성과공유회의 배경에는 지원 규모의 대폭 확대가 있다. 양천구는 지난해 처음 문화진흥기금 공모사업을 도입해 29개 개인·단체를 지원했다. 올해는 이를 세 배 이상 확대해 총 73건의 예술 활동을 선정하고, 약 2억 5천만 원을 지원했다. 공연, 전시뿐 아니라 연극, 영화, 탈춤, 작곡, 전자출판 등 분야도 한층 다양해졌다. 이는 지역 예술 정책이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창작 환경 전반을 포괄하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 정책의 성과는 단기간에 수치로 환산되기 어렵다. 그러나 예술인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 장애예술인이 동등한 창작 주체로 설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도시는 장기적인 문화 자산을 축적하게 된다. 이번 성과공유회는 그 과정의 한 장면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문화진흥기금은 예술인의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지역 문화 생태계의 마중물”이라며 “이번 성과공유회가 한 해의 결실을 나누는 자리를 넘어, 예술인과 구민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역 예술은 관객이 있을 때 완성된다.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성과공유회는 단순한 전시·공연 일정이 아니라, 지역 문화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예술을 소비하는 도시에서, 예술을 함께 키워가는 도시로. 양천구의 문화 정책은 그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