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말은 적어지고, 말의 무게는 깊어진다.
말에는 사람을 살리는 힘도, 상처를 남기는 힘도 있다.
말씨·말씀·말투의 차이를 알고, 좋은 말의 씨를 뿌릴 때
우리의 삶은 더 부드럽고 따뜻해진다.
노년의 덕목은 절제이며, 그중 으뜸은 ‘말조심’이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94. 입 하나, 귀 둘의 이유: 노년의 지혜는 말조심에서 시작된다 © 지승주 기자 |
나이가 들수록 삶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많은 지혜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절제라고.
음식에서도 절제가 필요하고, 행동에도 절제가 필요하지만
특히 나이 들수록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말이다.
듣는 귀는 둘이지만 말하는 입은 하나인 이유를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깨닫게 된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도 있고,
말 한마디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복이 되는 말을 하고,
또 어떤 이는 독이 되는 말을 한다.
말은 사람의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의 향기다.
황창연 신부는 ‘말의 세 등급’을 이야기한다.
말씨, 말씀, 말투.
이 세 가지가 그 사람의 품격을 만든다.
말씨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다.
좋은 씨앗은 좋은 열매를 맺듯,
좋은 말씨는 좋은 사람을 길러낸다.
말씀은 감동을 전하는 말이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이 움직일 때,
그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말씀”이다.
말투는 태도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도,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너는 장군감이다” “너는 말을 잘하니 변호사 되겠다”
이렇게 미래를 열어 주는 말씨는
어린 마음에 복의 씨앗을 심어준다.
말이 곧 기도이고, 말이 곧 축복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말 한 번 던지는 것은 쉽지만
그 말로 누군가의 하루가 뒤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말의 절제가 필요하다.
어느 날 전철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중년 여인이 경로석에 앉아 있던 할머니께 말했다.
“어쩜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
말만 들으면 참 예쁜 칭찬이다.
그런데 할머니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아주머니가 내리자마자 할머니는 옆사람에게 작게 말했다.
“그냥 ‘고우시네요’ 하면 좋잖아. 늙은 거 누가 몰라…”
칭찬도 말투에 따라, 단어 하나에 따라
상대에게 다르게 다가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말은 이렇게 미묘하고,
작은 표현 하나에 감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말은 더 짧게,
더 부드럽게,
더 따뜻하게 해야 한다.
감정이 앞설 때는 말하지 않는 용기,
경험이 깊을수록 쉽게 단정하지 않는 지혜.
노년의 품격은 결국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말을 남기며 사는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오늘 하루도
복이 되는 말을 뿌리고,
기분 좋은 말씀을 전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사람의 마음을 덮어주는
그런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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