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뻔한 도시 숲, 삶의 중심으로 돌아오다…양천구 ‘지양숲공원’ 재탄생의 의미

도시 확장과 개발 논리 속에서 수십 년간 방치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숲이 주민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양천구가 신월7동 일대 지양산 자락에 장기 미집행 상태로 남아 있던 도시공원 부지를 ‘지양숲공원’으로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하며, 도시공원 보존과 생활밀착형 녹지 확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코리안투데이] 잔디 광장 풍경(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이번에 문을 연 지양숲공원은 신월7동 350-31번지 일대, 총면적 약 2만8천㎡(약 8,5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1971년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수십 년간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공원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있던 대표적인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용지였다. 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사유지가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로, 해제 시 민간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도시 내 녹지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지양산 일대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과거 울창한 숲으로 지역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인근 주거단지 개발과 도시 확장으로 숲의 면적은 점차 줄어들었고, 경사가 심한 지형 탓에 접근성까지 떨어지면서 사실상 방치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주민 이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공원이라는 이름만 유지된 채 해제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양천구는 이 공간을 단순히 ‘지켜야 할 숲’이 아닌 ‘살아 있는 공원’으로 되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2020년 사유지에 대한 토지보상을 완료하며 공원 보존의 물적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설계용역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등 필수 행정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2024년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지난 7일 ‘지양숲공원’ 준공에 이르렀다. 공원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적극 행정을 통해 공공의 녹지를 지켜낸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조성 과정에서 구는 기존 자연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규모 시설 위주의 공원이 아니라, 숲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살리면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머물 수 있는 생활형 공원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공원 중심에는 잔디광장이 조성돼 가벼운 휴식과 소규모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고, 숲길 곳곳에는 벤치형 쉼터를 배치해 산책 중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눈에 띄는 시설은 ‘숲속카페’다. 야외 테이블과 무인형 카페 시설을 도입해 공원을 단순히 걷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확장했다. 이는 최근 도시공원 트렌드인 체류형 녹지 공간 개념을 반영한 것으로, 공원이 일상의 연장선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접근성 개선 역시 핵심 과제였다. 기존에는 급경사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나 유모차 동반 가족, 고령층의 이용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에 구는 무장애 산책길을 새롭게 조성해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숲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근 주거단지와 공원을 연결하는 추가 진입 동선을 마련해 주민 접근성을 대폭 개선했다. 공원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지양숲공원 조성은 단순한 공원 하나의 완공을 넘어, 도시정책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은 전국 지자체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난제다. 재정 부담으로 인해 방치되거나, 해제 후 개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양천구의 이번 사례는 토지보상과 단계적 행정 절차를 통해 공공 녹지를 보존하고, 동시에 주민 활용도를 높인 실질적 해법으로 주목된다.

 

구는 이번 지양숲공원을 시작으로, 향후에도 장기 미집행 부지와 도시 내 유휴공간을 적극 발굴해 주민을 위한 생활공간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녹지 확보를 넘어,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공원 조성을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지양숲공원을 두고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해제 위기 속에서 주민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켜낸 소중한 공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원이 온전히 자리 잡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 활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채워가며, 주민의 일상 속 쉼과 활력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와 도로로 채워진 도시 한복판에서, 숲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 지양숲공원의 재탄생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도시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라질 뻔했던 숲이 주민의 삶을 품는 공간으로 돌아온 지금, 도시공원의 가치는 다시 한 번 분명해지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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