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책 좀 읽어야지.”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는 다짐이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계기가 필요하다. 독서 습관이 쉽게 자리 잡지 않는 이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서울 곳곳에는 이미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공간’들이 충분히 마련돼 있다. 서울시민 기자들이 직접 다녀오고 경험한 독서 공간들은 단순한 도서관을 넘어, 일상에 쉼표를 찍고 사유의 밀도를 높이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강동도서관 창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내손안에서울, 김현진시민 기자) |
최근 서울의 독서 공간은 ‘조용히 읽는 곳’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자연을 품은 도서관, 아이들을 위한 체험형 책 공간, 전시와 큐레이션이 결합된 책 문화 플랫폼까지 형태도 기능도 다양해졌다. 이는 독서를 개인의 취미를 넘어 도시 문화의 일부로 끌어올리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민 기자들의 시선으로 모아본 독서 공간들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숲속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숲을 품은 도서관이다. 책을 읽다 창밖을 보면 초록 풍경이 시선을 채우고, 잠시 지루해질 때면 산책로로 나가 몸과 생각을 풀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열람 공간이 아니라 책, 자연, 과학 체험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연령대별로 다양한 도서가 배치돼 있고, LP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독서와 힐링을 동시에 원하는 시민들에게 강동숲속도서관은 ‘머무는 도서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책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송파책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취학 아동을 위한 전시·체험 공간 ‘북키움’은 예약부터 입장, 체험 동선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돼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놀면서 만나는 책’이라는 경험을 제공한다. 송파책박물관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물론, 아이와 함께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은 가족에게 적합한 독서 문화 공간이다.
강동중앙도서관은 규모와 공간 구성에서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지하 4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도서관에는 특화된 독서·사색 공간이 촘촘히 배치돼 있다. 36명이 동시에 앉아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대형 독서 테이블 ‘카르페디엠’은 이 도서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증샷 명소로도 입소문이 났다. 필사를 위한 ‘생각곳’, 음악 감상을 위한 ‘소리곳’, 야외 쉼터인 ‘바람곳’, 열린미술관까지, 강동중앙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감각 경험을 제안한다. 신년 다짐으로 ‘N권 책 읽기’를 세운 이들에게는 의욕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송파구에 자리한 서울책보고는 독서 공간의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헌책방으로 출발한 이곳은 이제 큐레이션 중심의 책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진행 중인 겨울 기획전 ‘기록.zip – 기록으로 잇는 오늘과 내일’에서는 주제에 맞춰 선별된 도서와 전시가 함께 펼쳐진다. 팝업 서가, 기록가의 서랍, 취향 작업실 등은 책을 ‘읽는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는 매개’로 확장시킨다. 카페와 라운지의 빈백 위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 공간이 얼마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하는지 보여준다. 서울책보고는 혼자만의 독서뿐 아니라 약속과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도가 높다.
이 외에도 서울에는 다양한 독서 명소가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울에도 잠시 쉬어 가기 좋은 우이천의 ‘재간정’, 전국 최초 AI 특화 도서관으로 주목받는 우면도서관, 겨울에도 따뜻한 독서 공간을 제공하는 동네 도서관들, 산장에 온 듯한 분위기의 상암 ‘책쉼터스페이스’,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경춘스테이션 북&커피’까지. 각 공간은 저마다의 색깔로 독서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러한 독서 공간의 공통점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용히 읽어도 되고, 잠시 머물다 가도 되고, 아이와 함께 체험해도 된다. 책은 중심에 있지만 방식은 자유롭다. 이는 독서율 하락이라는 통계적 고민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라고 말하기보다,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 서울 곳곳에 퍼진 독서 공간들은 그 실험을 이미 현실로 만들고 있다.
새해를 맞아 책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서점이나 온라인몰보다 먼저 이런 공간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는 혼자 하는 행위지만, 그 시작은 공간에서 비롯된다. 서울의 독서 공간들은 오늘도 조용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받아줄 장소는 이미 충분하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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