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이 빠르게 흘러갈수록 집 가까이 머물 수 있는 공원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에게는 안전한 놀이터가 되고, 어르신에게는 하루를 걷고 쉬는 공간이 되며, 주민 모두에게는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이 된다. 양천구가 다세대 밀집지역 내 소규모 공원을 전면 재정비하며, 생활권 공원을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 [코리안투데이] 신월5동 어린이 놀이시설 전경 모습(사진=양천구청) © 변아롱 기자 |
양천구는 신월5동 쉼터공원과 신정2동 신정어린이공원 정비를 완료하고, 주민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힐링형 공원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고 밝혔다. 두 공원 모두 대규모 근린공원이 아닌,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동네 공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비의 의미가 크다. 양천구는 노후 시설을 단순히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의 연령과 생활 패턴을 반영한 공간 재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신월동 11-6번지에 위치한 신월5동 쉼터공원은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혼재한 지역의 대표적인 생활공원이다. 지난 2012년 리모델링 이후 약 13년이 지나 시설 노후화와 공간 활용도 저하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양천구는 총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원 전반을 재정비했다.
이번 공사의 핵심은 ‘정원형 쉼터공원’으로의 전환이다. 기존의 단조로운 공원 구조에서 벗어나 교목과 관목, 초화류를 체계적으로 배치해 사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교목과 관목 16종 554주, 초화류 7종 536본을 새롭게 심어 도심 속에서도 녹음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단순한 녹지 조성이 아니라, 걷고 머물며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시설 측면에서도 변화가 크다. 노후된 어린이놀이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탄성 포장 바닥재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쉼터 벤치와 퍼걸러 등 휴게시설을 정비해 어르신과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며, 야외운동시설을 새롭게 설치해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이, 보호자, 어르신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분산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신정2동 128-198번지에 위치한 신정어린이공원은 면적 487㎡ 규모의 소규모 공원이다. 그동안 급경사 지형과 노후 바닥 포장으로 인해 어린이와 보호자의 이용 불편이 컸고, 안전사고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양천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약 2억 원을 투입해 공원 구조 자체를 재정비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급경사 개선이다. 단차를 완화하기 위해 앉음벽을 조성해 보행 동선을 정리하고, 공원 이용 중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마련했다. 노후 놀이시설과 벤치는 전면 교체됐고, 운동기구를 추가 설치해 어린이뿐 아니라 보호자와 인근 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놀이시설은 안전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고려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기준에 맞춰 충격 흡수 바닥재를 적용했고, 입체형 네트놀이대와 유아용 흔들놀이대 등 모험심과 신체 활동을 자극하는 시설을 도입했다. 단순히 미끄럼틀과 그네를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상상력과 균형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놀이 환경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경 역시 공원의 인상을 크게 바꿨다. 수국을 중심으로 한 식재를 통해 계절감이 살아 있는 경관을 조성해, 놀이공간이면서 동시에 휴식 공간의 기능도 강화했다. 규모는 작지만 ‘테마놀이터’라는 성격이 분명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천구는 이번 두 공원 정비를 통해 생활권 공원이 단순한 부속 시설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공원을 새로 조성하기보다, 기존 동네 공원의 질을 높이는 것이 주민 체감도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도시 정책의 흐름도 생활밀착형 녹지 확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에서 5~10분 이내 접근 가능한 공원은 주민의 신체 활동 증가, 정신 건강 개선, 지역 공동체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양천구의 이번 공원 재정비는 이러한 도시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양천구는 앞으로도 노후 소규모 공원과 자투리 녹지를 중심으로 단계적인 정비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설 교체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성과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를 통해 ‘찾아가는 공원 행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신월5동 쉼터공원과 신정어린이공원이 놀이와 운동, 조경이 어우러진 휴식공간으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도 주민이 일상 속에서 여가와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동네 곳곳의 공간을 세심하게 살피며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시의 품격은 멀리 있는 랜드마크가 아니라, 집 앞 공원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양천구의 생활권 공원 재정비는 작은 공간의 변화가 주민의 하루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고 있다.
[ 변아롱 기자 : yangcheon@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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