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의 전쟁, 기술이 판을 바꾼다

 

썬크림을 사며 ‘짝퉁’일까 걱정하는 A씨. 하지만 제품 상자에 붙은 보안 라벨을 스캔하자 정품 인증이 즉시 확인됐다. 평범한 소비자의 일상이 기술 덕분에 달라지고 있다. 2025년 6월 27일, 특허청이 개최한 ‘위조상품 유통 방지 기술 컨퍼런스’는 이런 변화의 한복판에서 시작됐다. 이날 서울 강남의 조선팰리스 호텔은 위조상품을 추적하고 막아내는 기술들의 각축장이 됐다.

 

행사는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전시와 시연회, 정책 세미나, 그리고 상표권자와 기술기업 간의 박람회까지 이어진 이번 컨퍼런스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위조 근절을 위한 국내외 협력의 교두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국제 거래의 활성화로 위조상품 유통 방식이 점점 더 지능화·국제화되는 현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이 집중 조명됐다.

 

 [코리안투데이] 기술 예시 ( 사진 출처 = 특허청 보도자료 ) © 송현주 기자

기술 전시관에서는 위조방지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광간섭 시각효과 라벨부터, 봉인 기능이 적용된 씰티커, 자외선 형광소재를 입힌 보안 인쇄물,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 기술, 나노 패턴 신용카드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기술은 육안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정품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통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기술로 주목받은 것은 ‘보이지 않는 보안 기술’이다. 전용 앱을 통해 스티커를 스캔하면 정품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으며, 그 기록이 중앙 서버에 저장돼 추후 위조 유통 경로 추적에도 활용된다. 나노 패턴 기술은 스마트폰 플래시만으로도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미나 세션에서는 특허청과 미국 국토안보부가 각각의 위조방지 정책을 공유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위조방지 기술의 글로벌 동향을 발표했고, 네이버 등 민간 기업들은 실제 현장에서의 기술 도입 사례와 그 효과를 소개하며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짝퉁’이 무심코 국민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현실에서, 국가 간 협력과 기술 공유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컨퍼런스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상표권자와 기술기업 간 1:1 심층 상담을 통해 기술의 이해도를 높이고 실제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위조방지 기술에 대한 정보는 물론, 도입 절차와 비용, 효과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특허청 김완기 청장은 “위조상품 유통은 창의와 노력의 결과를 부당하게 탈취할 뿐 아니라, 기업의 매출과 일자리를 앗아가고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한다”며, “산업 전반에 위조방지 기술이 확산되고 국가 간 협력 체계가 강화되면 정부 정책의 실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위조상품 유통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입은 매출 손실은 연간 약 7조 원, 사라진 일자리는 1만 3천 개 이상에 달한다. 이 수치는 단순한 ‘짝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 범죄’임을 보여준다.

 

위조와의 전쟁은 더 이상 단속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기술이 방패이자 창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진짜를 알아보고, 기업이 정품을 보호하며,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위조상품 유통이라는 고질병을 근절할 수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그 출발선에 서 있는 중요한 이정표다.

 

[ 송현주 기자 : mapo@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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