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시인의 「겨울 바다」는 차갑고 텅 빈 자연 속에서 인간 존재의 허무와 고독을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그 허무의 깊이 속에서 역설적으로 더 깊은 기도의 문이 열리고,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을 포착한 시이다.
겨울 바다는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성찰의 자리임을 시인은 조용히 들려준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68. 겨울 바다 앞에서 깨닫는 침묵의 기도 © 지승주 기자 |
겨울 바다는 언제나 차갑고 텅 비어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쉽게 듣지 못하는 진실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인은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라는 담담한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그곳에는 보고 싶던 새들조차 죽고 없는 쓸쓸함이 자리합니다.
기대했던 것, 붙잡고 싶었던 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대 생각조차 “매운 해풍에 얼어버리고”, 허무는 “물이랑 위에 불붙어” 타오릅니다.
차갑고 텅 빈 바다와 뜨거운 불이라는 대조는,
인간 존재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결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삶의 모든 아픔과 기쁨, 번민과 기다림은
결국 ‘시간’이라는 스승 앞에서 하나씩 정리가 됩니다.
겨울바다에 서서 시인은 끄덕이며 깨닫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만큼 더 깊이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시인은 기도합니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혼령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혼의 밀도, 마음의 깊이, 삶을 향한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고백입니다.
겨울 바다는 얼어붙은 감정의 끝이 아니라,
더 깊은 기도와 성찰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마지막 행에서 시인은 떠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심 깊은 곳에 세워진 “인고의 기둥”을 발견합니다.
고통이 낳은 견고함, 인내가 만든 믿음이 그 바다 속에 서 있다는 뜻입니다.
김남조 시인의 「겨울 바다」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남은 날이 얼마든,
당신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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