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한가운데서 확인한 진실은 단순했다.
늙고 아플 때 곁을 지키는 사람은 결국 부부뿐이었다.
젊은 날엔 사랑하기 위해 살지만, 나이 들면 살기 위해 사랑하게 된다.
이제 남은 세월이 짧기에 더 늦기 전에 서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손 한 번 잡아주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 [코리안투데이] 머릿돌90. 사랑하며 살아도 짧은 세월, 부부가 지켜야 할 마지막 약속 © 지승주 기자 |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부부의 길을 시작한다.
그러나 살아보면 그 영원처럼 보이던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젊음은 금세 사라지고, 남는 것은 서로의 주름과 체온뿐이다.
얼마 전 병문안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나는 그 진실을 다시 확인했다.
남자 병실의 간호자는 대부분 아내였고,
여자 병실의 간호자는 대부분 남편이었다.
젊을 땐 가족이 많아 든든한 줄 알았지만
정작 병든 노년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은
자식도 친지도 아니었다.
오직 부부, 서로의 반쪽이었다.
많은 이들이 성격 차이, 경제적 어려움,
지난 상처들을 이유로
부부의 연을 너무 쉽게 끊어내려고 한다.
그러나 인생의 끝자락에 서 보면
그 선택이 얼마나 큰 허무와 고독을 남기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젊은 날엔 사랑하기 위해 살지만
나이 들면 살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젊은 부부는 싸우다가 울고,
늙은 부부는 홀로 남아 울게 된다.
함께 살아온 날들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가장 먼 듯 가까운 존재가 되고
가까운 듯 먼 존재가 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까움’만이 남아 서로를 붙잡아 준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내는 청년에게 연인이며,
중년에게 친구이고,
노년에게는 간호사다.”
남편 역시 그렇다.
젊을 때는 기댈 어깨이고,
중년에는 삶을 함께 버티는 동료이며,
노년에는 마지막까지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부는 남보다 많이 싸워도,
남보다 더 많이 그리운 존재가 된다.
같은 숟가락을 쓰고, 같은 침대에 누우며,
삶의 무게를 나누는 사람.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서로의 완성을 이루는 관계.
그것이 부부다.
이제 우리는 모두 황혼이다.
남은 세월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조명 아래 조용히 손을 잡으며
이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당신, 고생했소.
그리고… 사랑했소.”
그 말을 듣는 순간,
서로의 눈가에는 말없이 눈물이 고일 것이다.
그 눈물이야말로 평생을 함께 살아낸
부부만이 공유할 수 있는 깊은 감정이다.
우리 모두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남은 여생을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부부가 함께하는 길은
때로 험했어도 결국 가장 따뜻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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