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선정 2025년 세계 강대국 순위, 대한민국 6위로 프랑스, 일본을 넘어서다

 

21세기 국제 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찬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이 재편되고, 과거의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강대국의 정의 역시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순위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명확하게 포착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리안투데이] 2025년 포브스 선정 세계강대국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차지하였다이는 경제력과 기술력군사력 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며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제공경제와 여행 이야기ⓒ 박찬두 기자

 

이 순위는 단순히 경제 규모나 군사력과 같은 전통적인 힘의 척도를 넘어, 한 국가가 국제 무대에서 발휘하는 리더십, 외교적 영향력, 그리고 문화적 매력까지 아우르는 다차원적인 국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예상대로 미국, 중국, 러시아가 최상위권을 형성한 가운데, 대한민국이 영국과 독일의 뒤를 이어 당당히 세계 6위에 오른 것은 단순한 순위 상승을 넘어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전통적인 서구 강호로 인식되던 프랑스(7)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온 일본(8)을 앞질렀다는 사실은, 국제 질서의 지각 변동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과도 같다.

 

 [코리안투데이] 2025년 포브스 선정 세계강대국 순위에서 미국중국러시아영국독일에 이어 한국은 6위를 차지하였으며, 7위 프랑스, 8위 일본을 앞질렀다.(이미지제공: welfarelibrary) ⓒ 박찬두 기자

 

포브스가 강대국을 평가하기 위해 설정한 다섯 가지 핵심 기준리더십, 경제적 영향력, 정치적 힘, 국제 동맹, 군사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순위의 함의는 더욱 명확해진다.

 

1위 미국(GDP 30.34조 달러)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최강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국제 분쟁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2위 중국(GDP 19.53조 달러)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거대한 경제 블록을 형성하며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현대화되는 군사력과 5G, 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급성장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으로 평가받는다.

 

3위 러시아(GDP 2.2조 달러)는 상대적으로 작은 경제 규모의 한계를 강력한 군사력과 유럽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는 천연자원을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며 극복하고,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위 영국과 5위 독일은 각각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연방(Commonwealth)을 통해 유지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EU(유럽연합)의 경제 엔진으로서의 막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통 강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한민국이 6위로 도약한 배경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우선,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기술 산업 분야에서 세계 공급망의 핵심을 차지하는 강력한 경제력이 기반이 되었다. 삼성, SK하이닉스,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한 제품 생산을 넘어 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K-방산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은 뛰어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폴란드, 호주, UAE 등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 6위권으로 평가받는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 즉 소프트 파워의 약진이다. K(BTS, 블랙핑크), K드라마와 영화(기생충, 오징어 게임)로 대표되는 한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고들며 한국이라는 국가의 브랜드 가치와 호감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더 이상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국가의 영향력을 결정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음을 포브스의 평가는 명확히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이러한 성취는 전후(戰後) 신생 독립국 중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초기 단계를 순조롭게 통과하더라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거의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남짓의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6천 달러를 넘어서는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세계은행이 인구 4천만 이상 국가 중 중진국 함정을 넘어선 마지막 사례로 한국을 꼽는 이유다.

 

이러한 압축 성장의 저변에는 우리 아이만큼은 가난하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부모 세대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과, 이를 통해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있었다. 또한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수출 중심의 산업 전략과, 1997IMF 외환 위기라는 미증유의 국가 부도 사태를 기업 회계 투명화, 외국 자본 유치, IT 벤처 창업 활성화 등 과감한 구조 개혁으로 정면 돌파해낸 국민적 저력이 있었다.

 

특히 GDP 대비 5%에 달하는, OECD 국가 중 1위 수준의 막대한 R&D(연구개발) 투자는 반도체 신화를 이끈 원동력이자 오늘날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을 탄생시킨 토양이 되었다. 1980년대 반도체, 1990년대 IT, 2000년대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기술 전환의 파도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올라탄 전략적 도전 정신 역시 성공의 핵심 비결로 꼽힌다.

 

한편, 이번 순위 발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각국의 처지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한다. 순위가 8위로 밀려난 일본 사회는 예상보다 큰 충격과 위기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에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잃어버린 30으로 상징되는 장기 경제 침체와 사회적 활력 저하가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자성 섞인 분석을 쏟아냈다. 물론 일부에서는 평가 기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변화에 둔감했던 자국 정치권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리더라는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고 국가적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반면, 7위로 한 계단 하락한 프랑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무관심에 가깝다. 이는 프랑스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외교적 지위, 독자적인 핵 억지력, 그리고 전 세계 프랑스어권 국가를 묶는 프랑코포니(Francophonie)’라는 강력한 문화적·언어적 네트워크 등, 단순한 경제 순위로 측정되지 않는 강대국으로서의 확고한 자기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은 지정학적 경쟁 라이벌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과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파트너로 인식될 뿐이다.

 

이처럼 상반된 두 이웃 나라의 반응은, 오랜 라이벌 관계 속에서 한국의 성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일본과, 한국을 위협이 아닌 새로운 협력 대상으로 보는 유럽 강국의 시각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2025년 포브스 강대국 순위는 대한민국이 이제 중견국(Middle Power)’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강대국(Great Power)’의 반열에 진입했음을 국제 사회가 공인한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일어선 우리 국민 모두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쾌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동시에, 높아진 위상만큼 무거워진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경제 위기, 기후 변화 대응,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확보와 같은 세계적 난제 해결에 있어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과 같은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고도의 외교 전략도 필요하다.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혁신과 군사력 강화는 물론, 우리 사회 내부의 후진적 갈등을 해소하고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는 내실 다지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번 순위는 과거의 성취에 대한 값진 훈장이자, 미래를 향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은 무거운 책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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