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가 역사와 현대가 만나는 홍릉 일대를 K-한방과 그린바이오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동대문구는 9일 국립산림과학원 국제회의실에서 국립산림과학원, 경희대학교, 서울약령시, KAIST 경영대학과 함께 ‘홍릉 한방·그린바이오 연구협력 및 지역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국가 전략화 기조에 맞춰, 한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 [코리안투데이] 김용관(왼쪽에서 다섯번째) 국립산림과학원장이 ‘홍릉 한방·그린바이오 연구협력 및 지역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 nate뉴스, 국립산림과학원) ⓒ 박찬두 기자 |
이번 협약의 구조는 정교하고 포괄적이다. 국내 최대 한약재 유통지인 서울약령시, 한의·의학 분야에 강점을 가진 경희대, 산림자원을 연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 경영·기술사업화 역량을 가진 KAIST 경영대학 그리고 동대문구가 보유한 도시·관광·상권 인프라를 하나의 축으로 엮는 것이다. 각 기관이 보유한 고유의 자산과 역량이 상호 보완되면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만들려는 시도다.
협약에 따라 5개 기관은 한방·그린바이오 분야 공동 연구, 국내 자생 산림 소재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및 유통 체계 구축, 홍릉·서울약령시 일대를 기반으로 한 기술 사업화 및 스타트업 육성, 서울약령시와 연계한 한방·웰니스 관광·상생 프로그램 발굴 등에서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R&D)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서비스와 일자리,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협력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는 학문의 상아탑에서 벗어나 현실의 경제와 삶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동대문구는 이미 서울한방진흥센터, 보제원 한방문화축제, 한방산업상생발전협의회 등을 통해 K-한방·웰니스 도시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 지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방 문화의 중심지였다.
여기에 홍릉 바이오·의학 연구 인프라와 약령시 한약재 유통망, 산림·그린바이오 자원, 경영·창업 지원 역량이 더해지면, 동대문구가 서울 동북권 한방·그린바이오 클러스터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날 것이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이번 협약은 한방과 그린바이오, 도시와 산업, 연구와 상권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보려는 ‘동대문형 상생 실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성과가 지역 일자리와 창업,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5개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K-한방·그린바이오를 이끄는 전진 기지로 홍릉과 약령시를 키워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말 속에는 단순한 정책 선언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는 ‘상생‘이라는 개념의 실질화에 있다. 연구 기관은 기술을 제공하고, 기업은 그것을 상품화하며, 지역은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얻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약령시의 전통적 한약재 유통 체계는 첨단 바이오 기술과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홍릉의 과학적 연구와 약령시의 역사적 자산이 하나의 흐름으로 흐를 때, 동대문구는 단순한 지역이 아닌 한방과 그린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이것이 ‘동대문형 상생 실험‘이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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