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야! 혜욱이 취학통지서 나왔다!”
“네! 취학통지서요?”
“식탁 위에 있어. 아이구! 우리 손주가 벌써 학교에 들어가네.”
식탁 위에 놓여진 취학통지서를 보니 ‘벌써 이렇게 컸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는 ‘학교 가면 잘 할 수 있을까?’, ‘유치원과 달리 학교는 일찍 끝나는데 어떻게 하지?’, ‘무슨 학원을 보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입학할 무렵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16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었다. 1학년 담임도 여러 번 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니 아이가 이렇게 컸다는 기쁜 마음보다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아이가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주세요.’였다. 그런데 키우다 보니 점점 ‘내 아이가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다.’, ‘성공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좋은 직장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등의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마냥 어리기만 해요.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직 혼자서 먹지를 못해요.”
“화장실에서 용변 후 뒤처리를 못해요.”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시간표가 어떻게 되나요? 등교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이 궁금해요.”
“제가 워킹맘이라 돌봄교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어떻게 운영되나요?”
“외동이라 걱정이에요.”
“한글과 수학 공부를 어디까지 하고 가야 하나요?”
“한글과 수학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친구와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반 엄마 모임을 가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신입생예비소집일’ 즈음하여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이다. 특히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 더 궁금한 점도 많다. 한없이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래서 ‘초등입학’, ‘초등1학년 준비’ 등 이런 내용으로 검색도 하고 관련 책을 찾아 공부한다. 또한 자녀 양육에 대한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자녀 양육 방법을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나마 이렇게 공부하는 엄마의 아이는 행복한 아이다. 나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참 많이 긴장되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교육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초등 6년 중 1~2학년 때 좋은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아이의 교육의 가장 적기는 태아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태교를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했으니 정말 지혜롭다. 엄마 뱃속에서의 10개월의 태교가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세 살까지의 교육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3세까지의 교육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3세까지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 애착 형성은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될 때까지 정서적인 부분과 사회성 발달, 인지 능력 등에 영향을 준다. 또한 타인과의 신뢰감 형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존감이 낮고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선생님은 물론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생긴다.
입학식을 마치고 다음 날부터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교문 앞에서 즐겁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은 웃으며 들어온다. 반면 교문 앞에서 엄마나 아빠를 붙잡고 들어오지 못하고 우는 아이들이 있다. 엄마가 교실 앞까지 매일 데려다 주어도 교실 문을 쉽게 넘어서지 못한다. 복도에서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몇 주 지나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노력해주어 대부분의 아이들은 좋아진다. 그러나 가끔 몇 달이 지나도 엄마가 유리창 너머로 있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예비소집일에 아이와 꼭 같이 가야 하나요?”
“어머니~ 아이와 꼭 같이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취학통지서는 꼭 갖고오셔야 합니다.”
“가면 무엇을 하나요?”
“네~ 동사무소에서 나눠드린 취학통지서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안내자료를 드릴거에요. 혹시 돌봄교실 신청이 필요하시면 서류도 갖고 가셔야 하구요.”
“준비물이 무엇인가요?”
“취학통지서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
“아이 책도 주나요?”
“아니요. 책은 입학하면 나누어 줍니다.”
매년 1월 초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이 있다. 학교에서는 각 가정으로 배부된 취학통지서를 받는다. 신입생 아이들이 모두 등록했는지 확인한다. 1명이라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찾으러 다녀야 한다. 가끔 학부모가 예비소집일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집안 사정으로 부모와 헤어져 있는 아이들도 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기에 꼼꼼하게 체크하고 교육지원청에 보고한다. 만약 아이의 행방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는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소재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예비소집일에 취학통지서를 확인한다. 확인 후엔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자료를 나누어 준다. 초등학교 1학년은 유치원과 어떤 점이 다른지 안내한다. 유치원과 다른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자료를 배부한다. 그리고 맞벌이 자녀를 위한 돌봄교실에 대한 안내와 신청서도 준다. 예비소집일은 모여서 연수를 하기 보다 취학할 학생을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부모는 오는 모습이 다르다. 첫째 아이인 경우는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온다. 둘째 아이부터는 보통 엄마들만 오는 경우가 많다. 취학통지서에는 입학할 학교 이름과 예비소집일 시간만 나와 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자세한 안내를 받고자 학교로 많은 문의가 온다. 취학통지서는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에서 나누어 주므로 자세한 안내를 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준비물이 무엇인지, 아이를 꼭 데리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보통 함께 온 아이와 교실을 둘러보며 앞으로 생활할 교실을 보고 간다. 초등학교 교실을 보고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유치원과 달라서 실망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나라 학교 환경에 좀 더 많은 투자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오고싶어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1학년 아이의 엄마는 1학년이다. 6학년 아이의 엄마는 6학년이다. 심지어는 손주를 둔 선배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그렇다는 말이다. 처음 학교를 보내면서 부모들이 어떤 걱정을 하는지 안다. 선생님들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특히 1학년 학부모에게는 자세히 안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아이가 잘 해내 줄 것을 믿고, 선생님과 협력하면 된다. 담임선생님과 아이를 믿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아이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반드시 그런 부모의 마음에 보답해 줄 것이다. 아이는 여러 경험을 통해 한 글자 한 글자 한글을 익힌다. 그렇듯이 엄마아빠도 함께공부를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