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0명 심장이 멈춘다 초고령사회, 우리는 준비가 됐는가?

 

새벽 2시의 적막을 깨고 들리는 것은 구급차의 사이렌입니다. 이미 하루 평균 90~100명의 심장이 일상 속에서 돌연 멈추고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주듯, 또 한 명의 노인이 쓰러졌습니다

 

대한민국은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것입니다

 

고령 인구의 급증은 단순한 인구 통계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곧 심정지 환자의 급증으로 이어지는 예고된 위기입니다. 실제로 병원 밖 심정지 환자 수는 202235,018명으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증가세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숫자 하나하나는 소중한 한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졌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초고령화의 그림자는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2021년 기준 119구급대로 이송된 급성 심정지 환자 33천여 명 중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 노인이었습니다

 

매일 100명 심장이 멈춘다 초고령사회, 우리는 준비가 됐는가?

 [코리안투데이] 초고령화시대 급성 심정지환자 증가추세 © 강정석 기자

 

나이가 들수록 심장이 멈출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80대 이상의 급성 심정지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13.5명으로 20대의 13.6명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합니다

 

고령층에서 심정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었고, 이는 우리 모두의 가족과 이웃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인구가 늙어갈수록 거리에서, 가정에서 멈추는 심장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음에 이제 귀 기울여야 합니다.

 

골든타임: 4분의 기적, 1분의 생사 갈림

 

심장이 멈추는 순간부터 골든타임은 시작됩니다.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4~5분 내 뇌 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면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아집니다. 통계적으로 심정지 후 매 1분마다 생존율이 약 7~10%씩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5분이면 절반의 생명이 희미해지고, 10분이면 0에 수렴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응급의료 시스템이 이 촉박한 시간과의 싸움에서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119구급대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심에서도 평균 8분 이상, 외곽이나 농촌 지역은 그보다 훨씬 깁니다

 

, 현장에서 바로 심폐소생술(CPR)이나 제세동 등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 골든타임의 중요성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몇 해 전 한 버스기사가 운행 중 쓰러진 승객을 발견하고 즉시 CPR을 시행해 목숨을 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가정에서 홀로 지내던 80대 노인이 아무 도움 없이 쓰러져 뒤늦게 발견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주변에 제대로 대처할 사람이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용기를 내어 행동한다면, 몇 분 안에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1분의 망설임이 한 사람의 생을 앗아갈 수 있고, 1분의 용기가 한 가정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골든타임 4분 안에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만이 초고령사회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코리안투데이] 지역사회 심폐소생술 교육을 통한 일반인의  인식제고및 확대  © 강정석 기자

 

현재 대응책의 현실과 한계

물론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도 가만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여 년간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이 크게 확대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일반인의 CPR 시행률은 20082% 미만에서 2021년 약 29%로 높아졌습니다

 

거리 곳곳과 공공건물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비치되고 있고, 학교나 직장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119안심콜 서비스도 운영 중입니다.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이 미리 자신의 개인정보와 병력, 보호자 연락처 등을 119에 등록해 두면,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인들에게 손목시계 형태의 응급안심 서비스기기를 보급해 맥박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119에 연결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했습니다. 실제로 이 응급시계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 노인들의 목숨을 구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심폐소생술 보급률은 올랐다지만 아직도 10명 중 7명은 심정지 시 주위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목격자 CPR 시행률은 턱없이 낮습니다(2020년 기준 한국 26%, 영국 70%, 미국 40% )AED 역시 법적으로 의무 설치 장소가 늘었지만, 정작 전체 심정지 사건의 70% 이상이 발생하는 가정이나 생활공간에서는 유용하지 못합니다

 

혼자 사는 노인은 쓰러지는 순간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으며, 집에는 제세동기도 없습니다. 119안심콜에 등록한 노인 인구는 아직 적고, 지자체의 응급시계 보급은 예산 부족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응급처치 교육 예산이 삭감되는 등 초고령사회 대비에 필요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의 대응책만으로는 앞으로 닥칠 심정지 환자 급증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응 전략: 개인부터 지역사회, 정부까지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행동이 필요합니다. 개인, 지역사회, 정부 각자의 수준에서 다음과 같은 실행 가능한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개인 차원의 대비: 개인이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첫 번째 주체입니다. 특히 고혈압, 심장병 등 위험요인이 있는 중장년층은 정기검진과 생활습관 관리로 심정지를 예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시민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갑작스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가슴압박을 시작할 수 있는 지식과 자신감을 갖추는 것입니다. 가족 중 노인이 있거나 본인이 고령인 경우, 119안심콜 서비스에 등록하여 유사시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은 평소 이웃이나 친지와 교류하여 위급 시 도움을 청할 생활 네트워크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스마트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심박 이상이나 낙상 시 자동으로 신고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 한 사람의 심장이 멈추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은 이웃 주민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응급 대응의 최전선입니다. 각 지역별로 주민 대상 응급처치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해, 동네마다 CPRAED 사용법을 숙지한 시민 영웅들이 늘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나 경로당, 마을회관 등 생활밀착 공간에 AED를 설치하고 모두가 그 위치와 사용법을 알게 홍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역 자원봉사 조직이나 의용소방대 등을 통해 고령층 1인 가구를 정기적으로 안부 확인하는 체계를 만들면, 혼자 쓰러져 방치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심정지 발생 시 이웃 중 훈련된 사람이 신속히 출동하도록 돕는 스마트폰 앱 기반 신고망 구축도 고려할 만합니다. 공동체가 서로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연대를 형성할 때, 골든타임 내 대응률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정부 및 제도 개선: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위기 대응이 어렵습니다. 정부는 무엇보다 응급의료 인프라를 강화해야 합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 구급대와 응급의료센터 인력을 확충하고, 농어촌 등 취약 지역의 구급차 도착 시간을 단축할 혁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심폐소생술 교육 예산을 늘리고 학교 정규과정, 직장 의무교육 등을 통해 전 국민 응급처치 숙달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응급상황 때 누구나 AED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 AED 의무설치 범위를 확대하고 유지 관리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독거노인 등에게는 응급호출기기 보급을 지원해 앞서 언급한 응급시계와 같은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선의의 시민이 구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선한 사마리아인법 등 법적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의료비 지원이나 구조자 포상 등의 인센티브도 검토할 만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은 사회 전체의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맺음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초고령사회에서 심정지로 쓰러지는 사람들의 증가는 미래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가슴 아픈 도전입니다. 그러나 이 위기는 미리 대비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답은 공동체의식과 신속한 행동에 있습니다. 심정지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닥칠지 모릅니다. 오늘은 남의 일처럼 보이던 통계 속 숫자가 내일은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 배우자, 혹은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가 잠재적 구조자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CPR을 배우는 작은 실천, 주변 어르신을 한 번 더 살피는 관심, 응급대응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적 지지가 모여 수많은 생명을 구해낼 것입니다.

 

 [코리안투데이] 초고령화사회 심정지 위험앞에서 행동을 통해 밝은 내일의 삶을… © 강정석 기자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초마다 생명이 꺼져가는 골든타임을 지켜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몫입니다. 초고령사회라고 해서 반드시 심장마비로 인한 비극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준비된 사회, 서로 돌보는 공동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부가 함께한다면, 멈춰가는 심장도 다시 뛰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행동할 때입니다. 당신의 용기가 누군가의 내일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결단과 실천을 기다리는 심장이 있습니다. 초고령사회의 심정지 위기 앞에서, 우리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지금, 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합시다. 우리 모두의 협력이 곧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길입니다.

습격해오는 초고령사회의 심정지 위험 앞에서, 행동하는 오늘만이 수많은 내일의 삶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멈추는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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