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그 질문은 나의 업적이나 성취보다도, 결국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왔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누구였는가를 되묻는 이 질문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정직한 거울이 되며, 바쁜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간 관계와 순간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한다. 나는 과연 어떤 인상으로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점점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화려한 결과나 외적인 타이틀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는가 하는 삶의 태도다.

누군가는 성공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또 누군가는 인정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하지만, 나는 점점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 내가 머문 자리가 조용히 따뜻하게 남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누군가의 지친 하루에 나의 말 한마디가 작은 빛이 되고, 내가 건넨 손길이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내 삶이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업적을 남기기보다 온기를 남기고 싶고, 이름을 기억되기보다 마음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억은 시간보다 감정으로 남는다. 내가 어떤 말로 사람을 대했고, 어떤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는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가슴 한켠에 머문다. 그래서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내가 바라는 그런 사람인가. 오늘 내가 남긴 말과 표정, 내가 한 선택과 태도는 결국 나를 설명해주는 문장이 되고, 그 문장이 나의 인생을 마무리해줄 가장 진실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지금 이 하루를 소홀히 하지 않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으로 조금씩 채워가고자 한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조용히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이름을 떠올릴 때 따뜻했던 감정이 함께 떠오르고, 나와의 시간이 마음을 안아주는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마지막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다정한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담고, 작고 사소한 행동에 진심을 얹으며, 하루를 성실히 살아낸다.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향기처럼 남을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