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왔다. 그것은 누군가에게서 직접 들은 말일 수도 있었고, 책에서 얻은 한 줄일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삶의 순간에서 내게 스며든 것이었다. 따로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지만, 인생은 매번 나를 시험했고,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성장하고 있었다. 가장 깊이 남은 배움은 말로 들은 가르침이 아니라,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받아들인 경험이었다. 슬픔은 내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실패는 내 안에 잠든 끈기를 깨우는 자극이 되어주었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았던 날도 있었지만, 그 감정은 곧 나의 언어를 더 부드럽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자주 삶이 나를 훈련시키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너무 아프고, 너무 버거워서 차라리 배우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여겼던 일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조차도 내 안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고, 나는 이전보다 단단하고 너그러워진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배운 것들은 내 마음속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누군가와의 오해, 멀어진 인연, 혹은 아무런 말 없이 스쳐간 관계 속에서 나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상대방을 바꾸기보다 내가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배움은 언제나 나를 아프게 하지만, 그 아픔 끝에는 더 깊어진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처음에는 그런 배움이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왜 나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지, 나 자신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그 경험 속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메시지가 숨어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인 순간 비로소 고통은 교훈이 되었다. 실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지만, 그 부끄러움은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바뀌었고, 후회는 나를 무력하게 했지만 결국에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가장 강한 힘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삶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그 인정은 오히려 나를 더 자유롭게 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기대했던 결과가 어긋나서 마음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그저 스쳐 가는 일이라고 여기는 순간조차, 나에겐 깊은 울림이 되어 오랫동안 남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작은 대화 하나에도 귀를 기울이고, 사소한 감정 하나도 무시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나에게 필요한 배움을 찾아내려 한다. 그것이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성장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삶은 언제나 나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그 스승은 때론 엄격했지만, 결국엔 나를 더 나답게 살아가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큰 가르침만을 좇지 않는다. 오늘 내가 겪는 이 평범한 하루 속에도, 나를 변화시키는 작고 소중한 깨달음이 담겨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움들이 모여 나의 삶을 구성하고, 내 인생의 마지막 문장을 조금 더 단정하게 써 내려갈 수 있게 해줄 거라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삶에게 배우고 있고, 그 배움은 내 안에서 조용히 열매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