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회차] 산은 말하지 않지만, 다 알고 있다

 

인왕산은 높은 산이 아니다.

그저 도심 곁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산은 수십 년간 수많은 리더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들의 걸음과 말,

그리고 그 말의 무게를 다 지켜봤다.

 

 [코리안투데이] 인왕산 모습 © 임승탁 기자

말은 사라져도 얼굴은 남는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리더가 무슨 공약을 했는지는 잊는다.

하지만 그가 어떤 얼굴로 국민을 대했는지,

어떤 표정으로 위기 앞에 섰는지는 오래 기억한다.

 

말이 많은 리더는 많다.

그러나 자신의 말에 먼저 책임진 얼굴은 많지 않다.

그저 자신을 포장하려는 사람은

말을 앞세우고, 얼굴을 숨긴다.

그러나 진짜 리더는

말보다 먼저 마주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인왕산을 걸으며

이 산이 얼마나 많은 침묵 속에서

사람들의 진짜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지 느꼈다.

 

산은 누구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 안다.

지나간 사람 중 누가 진심이었고,

누가 자리를 위해 연기했는지를.

 

정치는 기록되지만

리더십은 기억된다.

그 기억은 말이 아니라

그가 남긴 태도,

그가 보여준 시선,

그가 만들었던 분위기로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공약보다

얼굴을 보아야 한다.

 

그 얼굴이

분노와 편 가르기로 일그러져 있는지,

아니면

침묵 속에서도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눈빛을 지니고 있는지.

 

말을 고르기 전에

얼굴을 바로 세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오래간다.

그런 사람이 신뢰를 만든다.

그런 리더를 기억하게 된다.

 

“말은 바꿀 수 있지만,

한 번 보여준 얼굴은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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