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0.1%가 앓는 유방암의 숨겨진 진실

 

여성들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유방암이 단순한 질병 이상의 무게감을 지닌 채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유방암 신규 환자 수는 처음으로 3만 명을 넘어섰고, 여성 인구 10만 명당 134.5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여성의 0.1% 이상이 유방암을 경험하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가까운 주변에서도 유방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다.

 

검진 인식이 높아지면서 발견 빈도 역시 증가했지만, 그 이면에는 서구화된 식생활, 비만 증가, 늦은 결혼과 출산, 수유율 감소 등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 증가라는 원인도 숨어 있다. 특히 한국 여성의 경우 서구 여성과 달리 40~50대에 유방암이 집중되며, 폐경 전 발생 비율이 높아 사회적·가정적 역할이 활발한 시기에 암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질병 이상으로 삶의 중심을 흔드는 경험이 된다.

 

 [코리안투데이] 유방암 예방 캠페인 핑크리본 로고 © 송현주 기자

유방암 치료는 수술부터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내분비치료, 표적치료, 면역치료까지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치료법이 다양하고 효과가 좋다는 것은 생존율이 높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반대로 생각하면 치료 기간이 길고 치료 과정도 복잡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유방암은 치료 성공률이 높아 암 생존자 중 유방암 생존자 비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지만, 이로 인해 재발·전이 환자 수도 절대적으로 많아진다. 생존은 했지만 완치까지는 먼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유방암의 또 다른 특이점은 외형적인 변화다. 유방은 신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 외형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항암화학요법이나 내분비치료로 인한 탈모, 체중 변화, 호르몬 이상 등은 환자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하며, 가정 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은 단순히 신체의 질병이 아니라 삶의 질 전반을 바꿔놓는 경험인 셈이다.

 

그러나 조기 발견만큼은 여전히 유방암을 극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병기별 5년 생존율을 보면 0기 98.3%, 1기 96.6%, 2기 91.8%로 매우 높지만, 3기로 가면 75.8%, 4기에는 34.0%까지 떨어진다. 진단 시 병기가 낮을수록 예후가 월등히 좋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권장되는 것은 ‘유방 자가검진’. 폐경 전 여성은 월경 후 7일, 폐경 후 여성은 매달 하루를 정해 자가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35세 이후부터는 의사의 신체검진도 권장된다.

 

문제는 유방암 환자 중 40% 이상이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된다는 점이다. 이는 자가검진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하며, 정기적인 유방 촬영술 등 국가 암 검진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받은 여성은 검진을 받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사망률이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여성은 의료진과 상의해 검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유방암은 예방이 불가능한 병은 아니다. 생활습관을 조금만 개선해도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위험 인자는 에스트로겐 노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고, 출산을 하지 않거나 30세 이후 첫 출산,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들은 에스트로겐 노출이 많아 유방암 위험이 증가한다. 여기에 폐경 후 여성에서 비만은 또 다른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지방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운동 역시 중요하다. 주 5회 이상, 하루 45 -60분 꾸준히 운동하면 유방암 발생률을 낮춘다는 보고가 다수 존재한다. 운동이 체내 호르몬 균형과 에너지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음주는 폐경 여부와 관계없이 유방암 발생 위험을 710%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은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분비를 증가시키고, 체내에서 발암물질로 작용하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된다. 또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발암에 취약하게 만든다

 

호르몬 대체요법도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합 요법은 장기 복용 시 유방암 발생률을 높이며, 중단 후 수년이 지나야 위험이 줄어든다. 가족력이나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타목시펜 등의 예방 약제, 예방적 유방절제술, 난소절제술도 고려 대상이 된다.

 

유방암은 두려운 질병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병이다. 예방이 곧 생존율을 높이는 길이라는 인식과 함께, 국가적인 검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는 습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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