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의 블랙 코미디 실험이 빚은 파격적 앙상블

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의 블랙 코미디 실험이 빚은 파격적 앙상블
✍️ 기자: 김현수

 

2025년 하반기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강렬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드디어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욕망, 위선, 위기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해부하는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관객에게 충격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코리안투데이] 이병헌·손예진·박해순 등 초호화 캐스팅, 예측불허 전개 기대감  © 김현수 기자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먼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어쩔 수가 없다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중산층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갈등과 진실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누군가는 끝까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누군가는 외면했던 진실이 터지며 생기는 파국의 연쇄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불편할 정도로 리얼하다.

 

박찬욱 감독의 귀환, 블랙 코미디에 담은 날카로운 인간 군상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아가씨 등으로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이끌어온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는 블랙 코미디 장르로 돌아왔다. 어쩔 수가 없다는 이전의 복수극이나 멜로와는 결이 다르지만, 여전히 박찬욱 특유의 연출 미학과 인물 심리 묘사가 살아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의도적인 과장과 정교한 장면 설계로 인간 군상의 위선과 추악함을 매혹적으로 포장해낸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결함 투성이지만, 관객은 그 속에서 낯익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곧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 우리는 모두 어쩔 수가 없는 존재일 수 있다는 자조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이다.

 

이병헌·손예진·박해순 등 초호화 캐스팅, 예측불허 전개 기대감

 

무엇보다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압도적인 캐스팅이다. 이병헌은 냉철함과 무력함을 오가는 이중적인 가장 역할을, 손예진은 가족 안의 균열을 직시하며 감정의 불꽃을 터뜨리는 인물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박해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탄탄한 조연 라인업은 블랙 코미디 특유의 불안정한 리듬을 안정감 있게 지탱하며, 각기 다른 결을 가진 연기로 캐릭터 간 충돌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극 중 등장하는 ‘분재’ 오브제와 파편화된 대사 구조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하며, 영화의 주제와 정서를 압축해낸다. 포스터 속의 설정처럼 각 인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들고 있거나 감추고 있는데, 이는 극 중 핵심적인 반전과 밀접한 연결점을 가진다.

 

줄거리 전개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전환되며, 관객이 이야기의 중심을 파악하는 순간 다시 허를 찌르는 반전이 펼쳐진다. 박찬욱 감독은 과감한 편집, 파격적인 음악 선택, 기묘하게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속에서 관객은 웃고, 놀라고, 때로는 당황하며 ‘어쩔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는 단순히 웃긴 블랙 코미디가 아니다. 그것은 현대인의 정체성과 도덕성, 그리고 관계의 불가피함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기도 하다. 박찬욱 감독의 손끝에서 완성된 이 파격적인 앙상블은 한국영화의 또 다른 경계를 확장시키는 시도로 남을 것이다. 이미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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