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불안한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인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설렘이 아니라 ‘불안’이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성적을 평가하는 학년이 시작되는 것도 아닌데 부모의 마음은 자꾸 앞서 달린다. 유치원에서는 편안하게 생활하던 아이이지만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가면 혹시 울지는 않을까, 친구를 잘 사귈까, 선생님과 잘 지낼까, 밥은 잘 먹을까 같은 생각들이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이런 마음은 어느 부모에게나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감정이며, 그 자체로 잘못이 아니다. 다만 부모가 느끼는 불안은 종종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의 적응을 어렵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곤 한다.

아이의 첫 학교 경험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의 감정 상태
오랫동안 학교 현장에서 수많은 1학년을 만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실을 반복해서 보았다. 적응을 빠르게 하는 아이의 뒤에는, 조용히 지켜봐주는 부모가 있었다. 반대로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의 뒤에는 부모의 긴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 말투, 분위기를 통해 ‘학교가 어려운 곳인가? 내가 걱정시킬 만큼 부족한가?’를 너무 쉽게 느껴버린다. 그래서 아이의 첫 학교생활을 돕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언제나 부모의 마음이었다. 불안은 부모의 것이고, 적응은 아이의 몫이다. 그런데 부모가 흔들리면 그 몫을 아이가 온전히 감당하기가 어렵다.

부모들은 흔히 아이의 입학 준비를 ‘지식’과 ‘기술’ 중심으로 생각한다. 한글 떼기는 했는지, 숫자 개념은 어느 정도인지,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지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학교는 지식을 검증하는 곳이 아니라 일상과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다.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 10분 집중할 줄 아는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 새로운 어른에게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 이런 작은 생활 능력이 적응을 좌우한다. 그리고 이 모든 능력은 부모의 안정된 마음 아래에서 훨씬 잘 자란다.
부모가 안정되면 아이의 적응은 달라진다
교장으로 지내며 나는 새로운 학기마다 교문 앞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를 맞이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씩씩하게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정작 눈물이 고여 있는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였다. 아이가 부모 곁에서 떨어지는 시간을 더 힘들어하는 쪽은 언제나 부모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늘 같은 말을 떠올렸다.
“불안한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어주는 한 걸음만큼씩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부모가 안심하면 아이는 자신 있게 걷기 시작한다. 부모가 주저하면 아이는 그 발걸음을 멈춘다. 그래서 초등 입학의 시작점은 아이의 준비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가짐이다.
입학을 앞둔 시기의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상상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작은 변화에도 편도체가 빠르게 반응하며 불안을 경험하곤 한다. 특히 AI 시대 아이들은 화면 속 빠른 자극과 정보에 익숙해져 있어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면 전전두엽의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부모가 아침의 흐름을 설명해주거나 “학교에 가면 이런 일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뇌는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하버드 아동발달센터 Executive Function 보고서에서도 반복된 일상과 예측 가능한 패턴이 아이의 불안 반응을 크게 줄인다고 말한다.
1학년 담임들은 부모들이 비슷한 지점을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자주 경험한다. 많은 부모가 ‘친구가 없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4~6주 안에 자연스럽게 관계의 리듬을 찾는다. ‘학습을 빨리 시작할수록 불안이 줄어든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하고 선행은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또 부모는 문제가 생기면 즉시 교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느끼지만 교사는 아이를 관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만 힘든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아이가 같은 감정을 겪는다. 부모가 불안을 없애기 위해 개입하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과도한 개입은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키울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
이 책은 부모가 두려움 대신 설렘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한 책이다. 불안을 키우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부모가 정확한 기준을 갖고 아이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학교는 두려움을 품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며, 아이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첫 관문이다. 이 책을 펼친 지금, 부모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아이의 첫 학교생활이 따뜻한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부모의 안정이 아이의 내면을 단단하게 세운다. 그 안정의 시작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