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1탄] 2. 부모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부모교육 1탄] 2. 부모의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일은 부모에게도 새로운 출발이다. 처음 겪는 환경 앞에서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대부분의 부모는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조용히 마음속에 움켜쥔 채 일상을 이어간다. 그런데 초등 입학을 앞둔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유치원에서의 익숙한 생활이 끝나고, 새로운 규칙과 긴 하루, 교실이라는 낯선 구조 안으로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부모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학교라는 공간이 막연히 ‘더 엄격한 곳’,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곳’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부모의 걱정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립니다.” “학교가 웬만큼 버텨줄지 모르겠어요.” “제가 더 떨리네요.” 이 말들 속에는 아이의 능력보다 ‘부모 자신의 준비’가 더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힘을 이미 가지고 있다. 문제는 부모가 그 힘을 믿지 못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부모는 아이의 하루를 세세하게 돌봐왔고, 여러 상황을 직접 챙겨왔기에 놓아주는 과정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익숙한 환경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때때로 과한 개입이나 걱정으로 이어진다.

학교 현장에서 수천 명의 1학년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늘 ‘부모의 불안’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봐왔다. 학기 초 복도에서 부모가 보이는 작은 표정 변화, 교실 문 앞을 서성이는 발걸음, 선생님에게 보내는 짧은 문장 속에도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모의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아이의 적응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어떤 아이는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고, 어떤 아이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긴장과 걱정이 컸다. 두 아이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 상태였다.

불안의 근원에는 정보 과잉 시대의 그림자도 있다. 인터넷에는 ‘초등 입학 준비 체크리스트’, ‘필수 선행학습’, ‘1학년 적응 노하우’ 같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런 정보들은 부모에게 방향을 주기보다 더 많은 혼란을 만든다. 서로 다른 조언이 얽혀 부모는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다른 아이들은 이미 선행을 하고 있다는데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 같은 불안을 키운다. 정보는 많지만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 부모는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평가하고 불안을 스스로 확대시켜버리곤 한다.

부모가 긴장하거나 걱정할 때 활성화되는 뇌 구조는 편도체인데, 이 감정 상태는 아이에게 말보다 더 빠르게 전달된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감정 전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아직 자기조절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시기에는 부모의 표정·목소리·숨소리 하나만으로도 아이의 전전두엽이 즉각 반응한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모습만 보여줘도 미주신경이 안정되며 그 신호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실제로 감정 안정이 아동의 실행기능과 자기조절 발달을 돕는다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하버드대 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

부모의 불안을 키우는 또 하나의 요인은 ‘비교’다. 주변 부모의 말 한마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 하나가 마음을 뒤흔든다. “벌써 한글 다 뗐대.” “수학 문제집 3권은 끝냈다더라.” 비교는 부모를 긴장하게 만들고, 긴장은 다시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입학 전 선행 여부가 적응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해왔다. 적응을 결정하는 건 선행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과 ‘생활 습관’이다. 그런데 부모는 눈에 보이는 선행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 사이에서 늘 뒤로 밀린 감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사실 부모가 느끼는 불안의 근본적인 뿌리는 ‘사랑’이다.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흔들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 친구들과 잘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이 깊을수록 부모는 더 많이 걱정한다. 그래서 부모의 불안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이다. 다만 이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아이의 적응을 결정한다. 불안한 마음을 숨기거나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 마음이 아이보다 앞서 달리도록 내버려두면 아이는 부모의 불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이는 자신의 능력보다 부모의 표정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빠른 화면 전환과 즉각적 피드백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힘이 약하고, 한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옮겨갈 때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흥미는 빠르게 생기지만 깊게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며, 자신이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면 놀라울 만큼 빠르게 따라오지만 이유를 모르거나 부담이 느껴지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감정 표현은 솔직하고 직접적이지만 조절 능력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울음이나 짜증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AI 시대 아이들의 이러한 특성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변화이므로, 부모는 아이의 속도를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이해해주는 태도를 갖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이제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탓하거나 불안을 억누르려는 것이 아니다. 불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불안을 안정으로 바꾸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부모가 조금만 차분해져도 아이는 훨씬 쉽게 적응한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고, 부모가 믿어주는 만큼 더 멀리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초등 입학이라는 새로운 시작점에서 부모가 먼저 마음을 단단히 세워준다면, 아이의 첫 학교생활은 기대보다 훨씬 따뜻한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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