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1탄] 8. 선생님과의 소통 가이드

[부모교육 1탄] 8. 선생님과의 소통 가이드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학교생활을 지켜준다

초등학교 입학 후 부모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단연 선생님과의 소통이다. 아이의 하루는 대부분 교실 안에서 보내지기 때문에, 부모는 교사의 한마디에 안심하기도 하고 작은 변화에도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교사 관계는 ‘얼마나 자주 연락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느냐’가 핵심이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신뢰하고 아이의 성장을 중심에 두는 것, 이 하나만 확실하면 어떤 문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부모가 선생님과 건강하게 소통할 때, 아이는 학교에서 더 안정적이고 주도적으로 지낼 수 있다.

부모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학교의 3월은 매우 복잡하고 바쁘다는 점이다. 담임교사는 내 아이만 교육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새로운 반을 맡아 아이들을 하나하나 파악해야 하고, 생활 루틴도 잡아야 하며, 개별 상황에 대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부모의 작은 질문에도 바로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교사가 답이 늦어도 부모에게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온전히 챙기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해해야 한다. 교사가 아이들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는 시간 동안, 부모는 기다림의 미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통이다.

교장 시절, 나는 부모의 메시지 하나 때문에 하루가 한결 가벼워지는 교사도 보았고, 반대로 잘못 전달된 한 문장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교사도 보았다. 어떤 부모는 “선생님, 첫 주라 많이 바쁘시죠. 저희 아이도 천천히 적응할 거예요. 선생님 믿고 기다릴게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말은 교사의 마음을 단단하게 지지해주고, 교사는 더 깊은 책임감으로 아이를 살펴본다. 반면 어떤 부모는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왜 챙겨주지 않으세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의도는 걱정이었지만 표현이 공격적으로 전달되면서 관계가 불필요하게 긴장되었다. 결국 소통의 핵심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표현 방식’이었다.

또한 부모는 종종 ‘문제가 생기면 바로 선생님께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후 전달하는 것이 아이의 적응에 더 도움이 된다. 하루의 감정은 하루 안에서 변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학대나 안전 문제 같은 예외적 상황은 즉시 공유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갈등과 일상적 불편은 아이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영역이다. 부모가 지나치게 빠르게 개입하면 선생님은 아이의 자연스러운 적응 흐름을 관찰하기 어렵고, 아이 역시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놓치게 된다.

교사와의 소통은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관계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위한 협력이다.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솔직하고 차분하며 함께 아이를 바라보는 동료 같은 부모다. 부모가 이 마음가짐을 갖추는 순간, 선생님과의 소통은 부담이 아니라 안정이 된다.

상황별 소통법
좋은 메시지 vs 피해야 할 메시지

상황좋은 메시지(안정·협력형)피해야 할 메시지(압박·오해 유발형)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말할 때“선생님, 첫 적응 기간이라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천천히 도와주세요. 집에서도 제가 잘 받아줄게요.”“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선생님은 모르셨나요?”
친구 문제를 말했을 때“오늘 이런 말이 있었지만, 아이 말만으로 판단되진 않을 것 같아요. 선생님 관찰도 듣고 싶습니다.”“친구가 우리 아이를 괴롭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확인해주세요.”
아이가 울었다고 할 때“새로운 환경이라 감정 기복이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안정되도록 도울게요.”“왜 우리 아이만 울어요? 학교 생활이 힘든 건가요?”
수업이 어렵다고 할 때“아이가 수업이 어렵다고 느꼈나 봐요.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릴게요.”“아이 수준에 맞는 수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정해주세요.”
답장이 늦을 때“바쁘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편하실 때 답 주세요.”“왜 답이 이렇게 늦나요? 제 메시지 보신 거 맞나요?”

관계를 바꾼, 단 한 문장

어느 해 3월, 한 아이가 매일 “학교 가기 싫어”라고 말하며 엄마 품에서 울었다. 엄마는 매일같이 교사에게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니 꼭 챙겨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사는 아이를 충분히 살피고 있었지만, 매일 도착하는 엄마의 메시지가 점점 부담이 되어 “무언가 큰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메시지를 이렇게 보냈다.
“선생님, 제가 너무 불안해서 매일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선생님을 믿고 기다려보겠습니다.”

단지 이 한 문장이 교사의 마음을 완전히 바꾸었다. 교사는 다음 날 아이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갔고, 아이도 놀라울 만큼 빠르게 안정되었다. 부모의 불안이 줄어드는 순간, 아이의 적응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부모와 교사의 관계는 아이의 학교생활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부모가 선생님을 신뢰하고, 교사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때 아이의 하루는 놀라울 만큼 안정된다. 선생님과의 소통은 자주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차분한 한 문장, 기다려주는 태도, 아이를 중심에 둔 메시지가 3월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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