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예측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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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인천남부

예측된 아침

[예측된 아침]

김희원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수면 종료 시점은 예측망이 권장한 시간보다 7초 빨랐다. 허용 오차 범위 안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은 언제나 같았다. 균열도, 얼룩도 없었다. 완벽한 표면은 이 도시가 얼마나 많은 것을 통제하고 있는지를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벽에 남은 작은 금 하나에도 이유를 묻던 기억이 스쳤지만 그는 그 기억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기억은 예측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었고, 예측되지 않는 것은 이 도시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벽면 패널이 소리 없이 활성화되었다. 오늘의 예측 요약. 사고 확률 0.03퍼센트, 업무 성과 지수 상위 18퍼센트, 감정 변동 없음. 마지막 항목에서 그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감정 변동 없음은 가장 자주 반복되는 문장이었다. 반복은 안정의 다른 이름이었다. 예측망은 안정이라는 단어를 좋아했고, 시민들은 그 단어에 익숙해져 있었다. 안정은 질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문을 나섰다. 손목 단말이 자동으로 오늘의 이동 경로를 제안했다. 그는 그대로 수락했다. 선택을 수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이웃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오늘의 예측과 정확히 일치해 있었다. 예정된 평온. 희원은 그 미소를 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생각은 늘 위험 요소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광고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내일을 아는 삶, 더 안전한 오늘.’ 사람들은 그 문구를 더 이상 읽지 않았다. 이미 몸이 먼저 반응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 도시의 소음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질서로 움직이는 도시]

도시는 이미 하루를 소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내일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은 걸음과 시선, 멈춤의 타이밍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성공이 예측된 사람은 느긋했고, 사소한 사고가 예정된 사람은 과하게 조심스러웠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춘 한 남자는 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한 발 물러섰다. 0.2초 뒤, 자전거 한 대가 그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예측망의 정확도는 또 한 번 갱신되었다. 도시는 이렇게 매 순간 스스로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있었다.

김희원은 이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듯 바라보았다. 그는 이 질서의 사용자였고, 동시에 균열을 아는 사람이었다. 균열은 늘 아주 작은 지점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 선택이 도시를 지금의 모습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버려진 신호의 공간]

그의 작업실은 도심 외곽, 공식적으로는 폐쇄된 데이터 센터의 지하에 있었다. 출입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고, 감시 카메라는 오래전에 방향을 잃었다. 그러나 예측망의 잔여 신호는 여전히 이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희원은 그 미세한 흐름을 읽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시스템이 버리고 간 틈에서 살아왔다. 이곳에서는 공식 언어가 통하지 않았고, 숫자들조차 각자의 잡음을 품고 있었다.

작업대 위에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의뢰 목록. 오늘도 대부분은 익숙한 유형이었다. 사고를 피하고 싶은 사람, 실패를 남에게 넘기고 싶은 사람, 타인의 성공 확률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 내일은 이미 거래 단위가 된 지 오래였다. 희원은 이름을 보지 않았다. 이름은 감정을 불러왔고, 감정은 판단을 흐렸다. 그는 오직 코드와 수치만을 다뤘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내일을 훔치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소리도 피도 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의 가능성이 다른 사람의 삶으로 이동할 뿐이었다. 그는 그 이동 경로를 정리하는 기술자였다. 때로는 자신이 기술자인지, 아니면 단순한 전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삭제된 공백]

목록의 마지막에서 낯선 항목 하나가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데이터 호출 불가. 예측 값 없음. 시스템 주석에는 짧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삭제된 내일.

희원은 손을 멈췄다. 삭제는 오류가 아니었다. 예측망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실패는 언제나 제거된다. 제거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는 해당 식별자를 다시 불러왔다. 화면은 여전히 공백이었다. 수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공백은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시스템 내부를 한 단계 더 파고들었다. 접근 기록 없음, 수정 기록 없음. 모든 로그가 지나치게 깨끗했다. 누군가가 지운 흔적이 아니라, 애초에 쓰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희원은 처음으로 심박 수 알림을 확인했다. 기준치를 약간 넘고 있었다. 그는 알림을 끄고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 문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박희준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항목, 건드리지 마.” 이유는 없었다. 이유를 묻는 것은 늘 위험했다. 희원은 메시지를 읽고 바로 삭제했다. 그러나 삭제된 문장은 머릿속에 남았다. 경고는 항상 늦게 도착했고, 선택은 언제나 개인의 몫이었다.

[예측되지 않는 얼굴]

며칠 뒤, 그는 그 데이터의 실제 소유자를 보게 되었다. 우연이라고 부르기에는 경로가 지나치게 정확했다. 예측망 센터 앞, 발급 대기 줄의 중간쯤에 그녀가 서 있었다. 얼굴 인식은 정상 작동했지만, 예측 요약 패널은 그녀 앞에서 멈췄다. 직원은 당황한 기색으로 수동 확인을 시도했고, 줄은 잠시 정체됐다. 주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쏠렸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꼈다. 예측되지 않는 것은 언제나 불안을 낳았다.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기다리는 자세도, 시선도 이상할 정도로 안정돼 있었다. 마치 내일을 알 필요가 없다는 사람처럼. 그 태도는 오히려 주변의 질서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서연. 희원은 그때는 이름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이름보다 공백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숫자가 없었다. 예측 사회에서 그것은 결손이자 금기였다. 결손은 시스템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태였고, 동시에 가장 철저히 숨기려는 상태였다.

그녀는 결국 임시 통행증을 발급받고 센터를 떠났다. 희원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리하려 애썼다. 그러나 시스템 용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남아 있었다. 불안과도 호기심과도 다른 감각. 그것은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종류의 감각이었다. 그는 그 감각을 로그로 남길 수 없다는 사실만을 분명히 인식했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작업실로 돌아온 그는 다시 삭제된 내일을 불러왔다. 이번에는 아주 미세한 흔적이 보였다. 완전한 공백이 아니라, 무언가가 빠져나간 자리처럼 가장자리가 거칠었다. 희원은 그 틈을 확대했다. 화면이 잠시 흔들렸고, 자동 복구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은 언제나 스스로를 정상으로 되돌리려 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망설임은 예측망이 가장 싫어하는 상태였다.

그는 처음으로 복구를 취소했다.

그 순간, 시스템은 침묵했다. 오류 메시지도, 경고도 없었다. 천천히 흐르던 잔여 신호가 방향을 바꿨다. 마치 다른 경로를 찾는 것처럼. 희원은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둔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선택은 기록되지 않을 것이고, 되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 선택은 언제나 결과보다 먼저 존재했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내일의 요약을 확인하지 않았다. 패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오류가 아니었다. 선택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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