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템의 응답]
알림은 반복되지 않았다. 예측 수정 요청이라는 문장은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김희원은 그 문장이 떠 있던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시스템은 늘 반복을 통해 안정성을 증명해 왔다. 한 번만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것이 안정과는 다른 영역에서 발생한 신호임을 의미했다.
그는 요청의 발신 경로를 추적하지 않았다. 추적은 곧 분류로 이어지고, 분류는 관리의 시작이었다. 지금 이 신호는 관리되기 이전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희원은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그대로 둔다는 선택이야말로,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개입처럼 느껴졌다.
작업실의 공기는 이전과 달랐다. 온도와 습도는 표준값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감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환경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예측망이 관리하는 항목에는 감각이라는 분류가 없었다. 감각은 언제나 결과 이후에야 기록되는 부수 정보였다.
[지워지는 경로]
도시의 반응은 느렸다. 예측망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였다. 대신 아주 작은 수정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희원의 단말에는 이전보다 잦은 경고성 알림이 떴다가 사라졌다. 알림의 내용은 매번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미래 경로 재조정.
그는 그 문구를 여러 번 읽었다. 재조정이라는 단어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시스템의 완곡어법이었다. 실패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시스템의 전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은 실패 대신 재조정을 선택했다.
거리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차량, 예측된 성공 이후에도 계속 머뭇거리는 사람들, 사고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멈추는 행인들. 그것들은 모두 기록 가능한 수준의 사건은 아니었지만, 도시의 리듬을 조금씩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삭제 대상]
박희준의 호출은 이전보다 빨랐다. 연결이 이루어지자마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에서 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희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흐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이 아니라 접근 패턴이야. 네가 남긴 건 기록이 아니라 공백이었거든.”
공백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시스템은 공백을 가장 위험한 상태로 분류한다. 오류는 수정할 수 있지만, 공백은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윤하린이 직접 보고 있어.”
그 이름이 언급되자, 통신이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희원은 이번에도 그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윤하린이라는 존재는 시스템 내부에서조차 하나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그쪽에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네가 먼저 선택해야 해.”
박희준의 말은 경고라기보다 통보에 가까웠다.
[사라지는 사람]
그날 밤, 희원은 다시 예측망 센터로 향했다. 이번에는 목적이 분명했다. 그는 이서연을 찾아야 했다. 그녀는 예측되지 않는 변수였고, 동시에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센터 내부는 이전보다 한산했다. 일부 기능이 비활성화된 구역이 늘어나 있었고, 안내 패널은 단순한 문구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시스템 점검 중. 점검은 언제나 통제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서연은 예상보다 쉽게 발견되었다. 그녀는 대기 구역 한쪽에 앉아 있었다. 임시 통행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표시가 깜빡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삭제 예정 대상은, 시스템이 직접 개입하기 전까지는 방치된다.
“당신도 알고 있었죠.”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질문이 아니었다.
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조금 달랐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내 내일이 없다는 거.”
그녀의 말은 담담했다.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희원은 그 담담함이 어떤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은요?”
희원이 물었다.
이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지금은 그냥 오늘이에요.”
그 문장은 예측망이 이해할 수 없는 형태였다. 오늘만 존재하는 삶은 시스템의 구조 바깥에 있었다.
[선택의 흔적]
희원은 시스템에 접속했다. 이번에는 우회도, 숨김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접근 권한을 그대로 사용했다. 시스템은 즉시 반응했다. 경고 메시지, 접근 제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예측 불가 개체 제거.
그 문장은 중립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제거는 삭제를 의미했고, 삭제는 존재의 종료를 뜻했다.
희원은 화면을 바라보며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선택은 이미 여러 번 이루어졌고, 지금의 선택은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는 다른 경로를 열었다.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로였다. 기록되지 않는 방식으로, 단 하나의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통로. 그는 그 경로에 이서연의 식별자를 연결했다.
[내일 없음]
이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시스템은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반응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예측망은 존재를 삭제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존재를 예측 영역 밖으로 밀어내는 경우는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널에 새로운 문구가 떠올랐다.
내일 데이터 없음.
희원은 그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 처음으로, 오류나 경고가 아닌 상태 설명처럼 보였다.
“당신은요?”
이서연이 물었다.
희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내일을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다시 관리의 영역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았다.
[침묵 이후의 세계]
도시는 즉각 무너지지 않았다. 예측망은 여전히 작동했고,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내일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주 작은 변화들이 남아 있었다. 예측 요약이 잠시 늦게 뜨는 아침, 이유 없이 취소되는 일정, 설명되지 않는 선택들.
김희원의 이름은 공식 기록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삭제가 아니라, 점진적인 누락이었다. 시스템은 그를 오류로 남기지 않았다. 오류는 수정 대상이지만, 누락은 관심 밖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날 밤, 그는 더 이상 작업실에 있지 않았다. 도시의 외곽, 예측망의 신호가 닿지 않는 지점에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아무 정보도 표시되지 않았다.
내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처음으로, 그 사실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