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 화면 아래 자막에 눈길이 갔다. “워킹맘 95% 퇴사 고민한 적 있다. 최대 고비는 ‘자녀 초등학교 입학’ ”이라는 문구였다. 나도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이른바 워킹맘이었기에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2019년에 KB 금융경영연구소에서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95%는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다. 그 시기는 초등학교 자녀를 둔 워킹맘(50.5%),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워킹맘(39.8%) 등 자녀가 학교에 입학했을 시기를 꼽았다. 출산을 앞두고 있던 때나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냈을 당시에 비해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퇴사를 고민하던 부모가 아이의 양육을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도 나왔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의 대처방법으로 워킹맘의 34.3%가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형제와 자매 등 부모외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고 20.1%는 응답했다. 워킹맘 본인이나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한 경우도 10.6%였다.”
보고서에 의하면 부모의 퇴사 고민 시기의 절반 이상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경우이다. 나의 주변에서도 사표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 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할까 봐 고민스러워서이다. 심지어 교사가 사표를 내는 경우도 보았다. 나는 결혼하면서부터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았었다. 친정엄마도 아이는 내가 돌봐주겠다는 말씀을 늘 하셨기에 고민이 없었다. 돌아보면 아이들을 돌봐줄 부모님이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왜 부모들은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퇴사를 고민할까? 사실 워킹맘들은 이 시기에 회사에서 실무자로 왕성하게 일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워킹맘들은 일과 아이 사이에서 고민한다. 어떤 사람은 퇴사를 하고 어떤 사람은 회사에 남지만 둘 다 아이에 대해 미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1학년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오후 1시 전후이다. 워킹맘들은 하교 후 아이를 돌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늦게까지 아이들 돌봐준다. 그렇기 때문에 워킹맘들이 마음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는 다르다. 그나마 지금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초등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에 보내지 않는 경우 아이들을 방과후학교로, 학원으로 돌려야 한다. 시간표를 짜서 최대한 빈 시간을 없애야 한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이들은 하루종일 집 밖에서 생활하니 힘들어한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자녀 교육의 현실을 고민해본다.
“임규야~ 형아 잘 따라다녀야 해. 형 말 잘 듣고 알았지?”
“응.”
“그리고 혜욱아, 너도 임규 잘 데리고 다녀.”
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돌보아 주셨다. 그렇지만 남자 아이 둘을 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연년생 아들 둘을 늘 같은 놀이방, 같은 유치원, 같은 학원으로 묶어 보냈다. 무엇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의 마음을 편하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너무나도 성향이 다른 두 아들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늘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하라고 했으니 얼마나 싫었을까? 더구나 한 살 밖에 많지 않은 첫째 아이에게 동생까지 잘 챙기라고 했다. 너무 미안하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동생을 잘 데리고 다녀준 첫째 아이가 너무나도 고맙다.
한 육아 커뮤니티에 많은 엄마들의 고민이 줄을 이었다. 한 엄마는 답이 없는 계속된 고민에 답답하다며 고민을 말했다.
“아이는 내 손으로 잘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고, 일도 계속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그래서 퇴사를 했는데 막상 퇴사하니 일이 더 하고 싶었어요. 퇴사후 다시 계약직으로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들의 댓글은 이러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면 아이를 키우세요. 일이나 돈에 미련을 두지 마세요. 그런데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갑갑해하고 우울해하면 차라리 맞벌이를 하세요. 시간날 때 아이랑 제대로 놀아주는 엄마가 더 나을 수 있어요.”
“아이를 좋아하는 강한 마음이 있으면 육아를 선택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같은 경험을 했어요. 저는 재취업은 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육아만 해도 큰 행복과 소중한 가치를 느낍니다.”
“저는 워킹맘이에요. 일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아이가 아프면 돌봐줄 사람 없으면 쉽지 않아요. 잘 생각해서 결정하세요.”
“일하고 싶으시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을 구해놓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아이를 봐주실 분만 있으면 힘들더라도 일하는 것도 좋아요. 힘은 들지만 일이 나에게 좋은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저도 워킹맘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스스로 만족하며 이루었기에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지만 제 일도 소중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에게 ‘미안한 엄마’ 말고 ‘고마운 엄마’가 되려구요.”
요즘 엄마들이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엄마의 성향에 따라 선택을 본인이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들이었다. 보통 워킹맘들이 퇴사를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가 아플 때
둘째, 자녀의 교육, 학습 등의 관리가 어려울 때
셋째, 자녀가 보육시설이나 학교 등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
넷째, 집안일 때문에 회사 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때
다섯째, 자녀가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는 못하는 모습을 볼 때
전업주부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인정도 받아 성취감도 느낀다. 그런데 전업주부일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아이를 잘 키워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가 잘 지내지 못하면 모든 원망을 엄마가 듣는다. 그래서 엄마들의 자존감이 무너진다. 하루종일 아이와 지내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학원에 보내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해서 학원으로 돌리는 일도 있다.
하교 시간이면 아이들이 학교 앞에 늘어선 학원 차에 오른다. 학원 차에 올라타는 아이들의 표정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오른다. 핸드폰에만 눈이 고정되어있다. 그 모습이 안타깝다. 하루 종일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 지냈다. 학교가 끝나고 편안한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서 쉬어야 한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하루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엄마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일어나고, 걷고, 뛰어다니고, 유치원도 다녔다. 이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도 안다. 그래서 이제 학교만 보내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엄마들도 모두 초등학교를 경험했다. 그러나 막상 학교를 보내려면 고민이 된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1학년을 여러 번 담임한 나도 그랬다. 모든 엄마는 다 고민한다. 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보다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바로 엄마다. 그러나 이러한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엄마 공부다. 공부하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를 가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