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시스템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의 집합체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일하고, 부딪히고, 다시 손을 맞잡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세련된 프로세스도 작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신뢰가 있다면 조금 부족한 자원과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길을 낸다. 신뢰는 조직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며, 문화의 온도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우리는 흔히 성과를 수치로 평가하고, 효율을 도구로 측정하려 한다. 그러나 조직의 진짜 동력은 관계에서 오며, 그 관계의 질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신뢰가 단단한 조직에서는 실수나 실패가 곧바로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서 학습하고 공유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각자가 가진 정보와 인사이트를 주저 없이 나눌 수 있는 문화, 그 바탕에도 신뢰가 있다.
![]() [코리안투데이] 사람 사이, 그 보이지 않는 계약 © 이명애 기자 |
리더십의 핵심도 결국 신뢰다. 리더는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신뢰받을 필요는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으며, 구성원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리더는 신뢰를 얻는다. 반대로 말로는 소통을 외치지만, 실제론 일방적인 통보와 밀실 속 결정이 반복된다면, 조직은 점차 침묵으로 응답할 것이다.
신뢰는 단숨에 얻을 수 없고,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 순간 점검해야 한다. 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 이메일 한 줄, 회의실에서의 한 표정이 상대에게 어떤 신호로 다가가는지를. 신뢰는 그렇게, 작고 반복적인 선택의 누적으로 완성된다.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우리 조직은 신뢰 위에 세워져 있는가? 아니면 얇은 이해관계와 계산 위에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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